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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사막의 방패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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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사막의 방패작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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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동서냉전이 무너지고 세계 절대강자로 등극한 미국은 중동지역 평화를 위해 막대한 군사력과 자본을 투입했다. 그 중에 하나가 1990년 발생한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다. 미국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그해 8월부터 1991년 1월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등을 지키기 위해 군사적 공격을 강행했다.

사막 보호 작전이라고도 불리는 걸프전쟁은 당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4개국의 다국적 연합군이 구성돼 중동의 사막을 지킨 전쟁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연합군은 5주간 이라크에 대한 집중 공습을 개시한 후 지상군을 투입해 100시간 만에 전쟁을 끝냈다.

당시 미국의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대통령은 전쟁승리로 미국 내 정치적 입지가 강화됐지만 재선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사막의 방패작전은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 대한 미군기지 등 컨트롤 역할을 담당했던 것을 말한다. 물론 34개국이 연합군으로 참여했지만 미국의 통제와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에 이라크를 쉽게 공략할 수 있었다.

동맹과 연합군의 성격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동맹은 정치 경제 이념 등 여러 가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국가들의 집합체라고 한다면 연합군은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동맹관계를 말한다. 동맹은 국제관계에서도 나타나지만 국내에서도 이해관계에 있는 집단들, 국제적으로는 행동을 같이 하는 집단들 간에 맺어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역개발의 행태에 따라 다자간 협약이 맺어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아직 미흡하다.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집권적인 권력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자치단체는 늘 을의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들이 협의체 등을 만들어 동맹관계를 형성한다고 해도 중앙정부에서 지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특히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은 힘의 분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나라의 국토개발 축이다. 영남 호남 축으로 연결된 국토개발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권력을 독식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이들은 PK와 TK, 호남이라는 독특한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국토개발도 이러한 권력구조에 따라 중심축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1988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서해안개발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2002년까지 운영했다. 덕분에 호남과 충남 경기 서남부권 등 서해안지역의 최대 숙원사업이었던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은 비교적 짧은 기간에 준공할 수 있었다. 전남 무안에서 서울 금천까지 340.8km로 건설된 서해안고속도로는 국무총리실에서 나서 11년만인 2001년 완공했다.

1991년 착공해 2010년 완공한 새만금 방조제사업도 정부의 절대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부는 2013년 새만금개발청, 2018년에는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해 당초 계획한 국제협력 산업연구 배후도시 관광레저 농생명 환경생태 등 6개 테마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시와 강원도 경상북도 등 3개 광역단체는 서해안개발추진위원회를 본 따 지난 2004년 국무총리실 산하에 ‘동해안개발기획단’ 설치를 요구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낙후된 동해안권 개발이 명분이었으나 강원도와 경북 북동부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개발의지가 매우 약했기 때문이다.

강원도에는 현재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4개 시군으로 구성된 폐광지역협의체가 있다. 경북 문경과 전남 화순도 폐광지역에 포함돼 있으나 실질적인 활동은 강원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폐광지역 개발을 위한 특별법은 1995년 제정돼 그동안 몇 차례 연장, 2045년까지 한시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폐특법이 시행된 지 26년이 지났지만 폐광지역은 카지노를 제외한 뚜렷한 개발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 인구감소는 물론 도시의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태이다. 이제 남은 기간은 24년이다.

앞으로 이 기간 어떤 방향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사업을 추진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존폐가 결정된다. 따라서 폐광지역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태백 삼척 영월 정선 등 4개시군은 동맹의 관계를 넘어 연합군을 형성해야 한다. 이들 4개시군은 사막의 방패작전처럼 폐광지역의 사수를 위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 공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컨트롤타워는 국무총리실 산하 ‘폐광지역개발청’ 또는 ‘폐광지역개발추진단’으로 구성돼야 한다.

조각된 기구에는 정부의 관련부처와 폐광지역 4개시군, 전문가, 지역주민 등이 참여해 개발방안을 연구 마련해야 한다. 개발방안이 확정되면 폐특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강제 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한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폐광지역은 앞으로 5년, 10년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황폐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 폐광지역이 더 이상 추락하지 않도록 ‘죽음의 전선’을 설치하고 최후의 방패작전을 추진해 보길 폐광지역 연합군에게 주문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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