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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2] 다시 온 5·18, 국민의힘은 달라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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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62] 다시 온 5·18, 국민의힘은 달라졌는가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5.1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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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변화가 단순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로 영남당’의 이미지 희석을 위한 억지 춘향은 아닌가 묻고 싶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이골이 난 탓일 게다.

해마다 광주의 오월은 하얀 이팝나무꽃으로 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5·18 국립묘지로 가는 길목에 이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피웠다. 이팝나무꽃은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 눈처럼 피어 5·18 국립묘지 가는 길의 먹먹한 가슴을 위로한다.

하얀 꽃은 41년 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쓰러져간 오월 광주시민들을 기억하고 추념하는 듯 코를 찌르는 향기도 버리고, 화려한 빛깔도 버리고 그저 하얗게 피었다.

5·18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인적 없던 그 처연한 길이 다시 부산해지고 있다. 부산한 발길의 중심에 한 시절 5·18을 폄훼하고, 5·18을 부정하는 세력에게 웃음을 팔던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있다.

5·18의 가해자인 전두환과 연이 닿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는 데다 호남대 비호남의 구도가 주는 정치적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기에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의 방문은 관심거리다. 어찌 됐건 간에 5·18의 수혜자인 더불어민주당과는 관심의 차이가 존재한다.

국민의힘은 박근혜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온 가요 취급하며 5·18기념식에서 제창조차 못 하게 할 때도 침묵으로 동조했고, 5·18이 ‘북한의 사주를 받아 일어난 폭동’이라고 주장한 극우세력을 초빙해 강연을 벌였던 것이 엊그제다. 국민의힘이 아직도 5·18의 건너편의 가해자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고 믿는 이유다.

그런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지난 10일 이팝나무 꽃길을 지나 5·18 국립묘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지개벽과도 같은 소리를 했다.

초선 의원들과 함께 5·18 국립묘지를 참배한 조수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신군부에 맞선 오월 광주의 희생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며 “광주 정신으로 통합과 화합의 불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박형수 의원은 사자명예훼손 항소심 재판에 불출석한 전두환을 향해 “재판에 출석해 당시의 진실을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광주 시민에게 사죄해 국민통합과 화합의 길에 조금이나마 노력을 보태야 한다”고 했다.

이에 앞서 지난 7일에는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도부와 함께 방문, 오월 정신을 잇겠다고 했다. 김 대표 대행은 이날 방문에서 “희생당하고 아픔을 당하고 계신 유족들과 돌아가신, 부상당하신 모든 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했다. 5·18 국립묘지 방명록에는 “오월 민주 영령님께 깊은 추모와 존경의 마음을 올립니다”라고 적었다. 묘역을 방문할 때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5·18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의 발길은 더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5·18과 관련해서 국민의힘은 달라졌는가. 변화가 단순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도로 영남당’의 이미지 희석을 위한 억지 춘향은 아닌지 묻고 싶다.

국민의힘이 그동안 보여준 행태에 이골이 난 탓일게다. 이번에 광주를 방문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망월동 51·8 국립묘지에서 남겼던 말이 공식적 당론이 되고 가시적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는 한 말이다.

5·18은 진보나 보수의 가치가 아니라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이 밝혔듯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따라서 5·18의 부정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자 독재에 대한 향수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적어도 독재에 대한 향수 의심을 떨치기 위해서라도, 영남대 비영남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제 호남을 껴안아야 한다. 집권의 첫 발길은 호남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달라졌다고 믿고 싶은 이유는 광주도, 호남도 달라지고 싶기 때문이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에서 국민의힘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민주당이 국회의원의 전 의석을 석권하는, 그 지긋지긋한 틀을 호남도 깨고 싶은 것이다.

민주당 일당의 정치가 얼마나 고비용 저효율인지는 호남 지역민들이 더 잘 안다. 한때 호남을 휘몰아쳤던 안철수 돌풍이 반증했다.

국민의힘이 변하면 광주와 호남도 변한다. 광주와 호남도 민주당 일당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아직도 건망증이 너무 심하다. 돌아서면 잊는다. 호남과 국민의힘의 집권을 위해서라도 기억력회복을 간절히 기원한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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