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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주권 확보에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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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백신주권 확보에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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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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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약사들이 늦었지만 코로나19 백신개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총 6건이다.

미국 이노비오가 개발하고 국제백신연구소가 승인받은 백신을 제외하고 국내 제약사가 자체 개발 중인 백신은 모두 5종류다.

업계에서는 국내에 코로나19가 급속하게 확산된 시점이 늦어지면서 해외보다 백신의 필요성도 뒤늦게 인식하게 된 점을 국내 백신 개발이 지연된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에 우리 제약사들이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 시점도 한·두 달 늦어졌는데 전례 없는 글로벌 수준의 초고속 백신 개발 전에서는 이 정도 지연이 큰 격차를 벌리게 된 것이다. 백신 종류에 따른 개발 방식에도 차이가 있고 개발 후보물질도 다르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개발에 성공한 백신은 모두 RNA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유전자를 RNA형태로 주입해 체내에서 표면 항원 단백질을 생성한 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국내 제약사 개발 후보물질 중에서는 RNA백신이 없으며, DNA 백신 2건과 재조합 백신 2건, 바이러스벡터 백신 1건 등이다.

특히 재조합 백신의 경우 B형간염, 자궁경부암 등 다른 질병 예방 백신에도 오랜 기간 사용돼 안전성이 입증된 플랫폼 기술을 활용하지만, 항원 단백질을 체외에서 만들어 주입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까다롭다고 한다.

현재 임상 1·2상이 마무리됐으나 대규모 시험인 임상 3상은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임상 1·2상에서는 백신 후보물질을 투여한 후 개별적인 피검사를 통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형성했는지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임상 3상에서는 피험자들에게 백신을 투여한 후 일상생활에서 감염 예방효과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이 때문에 한국처럼 감염병 발생이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행하기 어렵고 해외 다국가 임상이 불가피한 형편이다.

다만 이를 두고 국산 백신 개발을 ‘실패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는 게 의료계와 제약업계 전반의 의견이다. 제넥신의 DNA 백신 ‘GX-19N’의 임상 1·2상을 맡은 최준용 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국내 제약사들도 기존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있고 허가 절차도 신속하지만, 워낙 해외 개발사들이 전투적으로 진행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더디게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금 늦더라도 국내에서 개발된 백신을 바탕으로 ‘백신주권’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존 (RNA 등) 백신들의 단점이 드러날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어떤 종류의 백신이 최선일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정원 제넥신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끝까지 개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넥신은 국산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기업 중에서 가장 먼저 임상에 진입했으나, 지난해 12월 백신 후보물질을 ‘GX-19’에서 ‘GX-19N’으로 바꾸면서 업계 안팎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당시 제넥신은 “이미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이 허가돼 사용 중인 상황에서 후발주자로서 좀 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후보물질에 뉴클레오캡시드 유전자를 항원으로 추가해 백신의 면역반응을 업그레이드했다는 것이다. 제넥신은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2상 시험을 승인받은 뒤 지난 2월 말부터 임상 2상 시험을 마무리했다.

이어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다국가에서 총 3만명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넥신이 개발하는 DNA 백신의 특성상 전기천공법으로 접종해야 한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도 단호히 선을 그었다. DNA 백신은 일반 주사기로 투여했을 때 세포 안으로 항원이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접종할 때 가벼운 전기 자극을 주는 전기천공법을 써야한다.

우 대표는 “전기천공법으로 보통 주사보다 투여하는 순간에 접종 부위에 통증이 더 느껴지긴 하지만 일시적”이라며 “오히려 DNA 백신은 바이러스 전달체나 면역증강제 등 항원 전달을 위해 넣는 이물질을 넣지 않으므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 종료 시점은 지원자를 얼마나 빨리 모집하고 방어 능력을 확인하는 데 달렸다”며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환자가 적은 데다 백신 접종이 이미 시작돼 모집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만 임상하기는 어렵고 코로나19 발생률이 높은 나라에서 공동 임상을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코로나19 백신은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백신”이라며 “우리는 빠른 백신이 아니라 차별성과 우수성을 갖춘 ‘더 베스트’(The Best) 백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국내 제약사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5일(현지 시간)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 논의를 했지만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국가인 독일이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백신 개발에 투입되는 자금이 많게는 몇천억에서 조 단위로 투자되는 것을 쉽게 지재권을 풀어 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지재권을 20년간 보장받아 투자금과 이익을 창출한 다음 지재권을 풀어도 풀 것으로 보여 미국 대통령이 지시해도 제약사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다.

우리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내고, 정부는 이에 부응하는 재정적 지원과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도 백신주권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우리 의료계 위상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것을 국제사회에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국매일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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