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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미얀마 5.18-그 청년 몸은 이미 식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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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미얀마 5.18-그 청년 몸은 이미 식었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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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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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비행기 추락, 지진 해일, 유혈 충돌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큰 사건 사고의 보도를 접할 때마다 품었던 생각을 털어 놓는다. ‘여객기가 추락했으나 다행히 한국인 피해는 없다.’는 언론의 ‘문법’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좀 덜하긴 하다.

다른 나라(사람들)의 비극에 먼저 우리 피해 없음을 안도하는 이런 심정,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지구촌 이웃의 비극에 대한 감수성(感受性) 또는 공감의 결여를 드러내는 이런 현상은 부끄럽다. 자괴감(自愧感)인 것이다.

5.18을 기리는 ‘노먼 소프 기증자료 특별전’이 열리는 옛 전남도청에 들렀다. 그는 당시 광주를 취재했던 외신기자였다. 도청광장 가운데에는 미얀마 시민항쟁과 군부 무력(武力)박해 피해참상 사진전이 마련됐다. 곧 5.18국립묘지와 함께 모든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될 곳이다.

광주 5.18과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사진으로, 신문과 방송 보도로 저 상황을 바라본다. 당시 광주 시민들도 세계의 시민들을 향해 절규했다.

전두환을 용인한 미국은 광주시민을 학살하도록 (사실상) 방조(傍助)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국제사회의 ‘행동’을 방해한다. ‘미얀마 5.18’이다. 외교무대에선 기득권 국가들의 이기적 속셈만 난무한다. ‘국제사회’는 없다. 인류는 신의 가호(加護) 받을 자격을 포기한 것 같다.

우리는 ‘아웅산’이란 이름을 기억한다. 미얀마 독립운동 지도자로 큰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노벨평화상(1991년)을 받은 그의 딸 아웅산 수치를 생각한다. 지금 군부에 붙잡혀있다.

아웅산국립묘지는 ‘대통령’이 된 전두환의 해외순방 때 북한 폭탄테러의 현장이었다. 아까운 인물들만 여럿을 잃었다. 글도 잘 써서 동료들의 선망(羨望)의 표적이었던 사진기자 이중현도 그렇게 갔다. 1982년 10월이다. 우리와도 이러 저리 얽히고설킨 미얀마다.

‘내 목숨은 이미 부처님과 아름다운 미얀마에 바쳤다.’며 총을 든 청춘과 시가지에 쓰러진 주검을 보며 다시 광주 5.18을 생각한다. 저 청년도 이미 몸이 식었을 것이다. 경건하게 두 손 모은다.

그들을 응원할 실질적인 방법이 없다. 안타깝다며 마음만 조린다. 그나마 언론가(街) 동정을 보니 시사인(IN)이란 회사에서 열심히 그들의 얘기를 모아 알리고, ‘방법’ 찾기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붉은 장미꽃 상징물과 카드를 사서 차에 매다는 시민도 있다고 한다.

지괴감, 피할 수는 없겠다. 다만 선량한 우리 이웃들이 더 죽지 않기를 빈다. 우리 ‘광주’에 한없는 존경을 보내는 저 젊은 영혼들의 정의의 투쟁에 이렇게나마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또 ‘우리 국민 피해는 없으니 걱정 없다.’는 못난 생각을 이제는 버리는 기회로 삼고 싶다. 노먼 소프의 ‘목숨을 걸고 찍은’ 사진에서도 다시 배운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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