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식 칼럼] 벼랑 끝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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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벼랑 끝 전술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5.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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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북한은 1993년 미국과 국제사회의 핵사찰을 받으면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했다. 미국을 비롯한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 방지를 위해 수차례 사찰을 실시했으나 핵심시설에 대한 사찰은 무위로 끝났다. 당시 북한은 영변의 핵 시설에 대한 신고를 IAEA에 하고 사찰을 받는 등 매우 진지한 모습으로 응했다. 그러나 IAEA가 영변 이외에 핵 시설물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특별사찰’을 요구했으나 북한은 군사적 시설까지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IAEA는 원칙적으로 핵무기 개발 당사국이 신고한 시설에만 사찰을 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특별사찰을 할 수 있지만 강제규정은 없다. 이러한 맹점을 이용해 북한은 특별사찰을 수용할 수 없다며 1993년 3월 NPT(핵확산방지조약)를 탈퇴하고 다음해 6월에는 IAEA마저 탈퇴했다.

1993년 당시 상황은 소련의 붕괴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독립국가가 생기고, 동구권 여러 공산국가가 자본주의화 되는 시기였다. 중국도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만 시장경제를 일부 도입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던 시기였다. 북한은 사회주의 동맹 국가들의 몰락과 변화과정을 보면서 체제위기감을 느꼈고 독재와 세습이라는 ‘불량국가’로 낙인 돼 체제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다. 동서냉전이 붕괴되면서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미국은 IAEA를 내세워 북한의 핵 사찰을 추진하며 압박을 가했으나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말려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물론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통해 경수로를 지원받는 대신 핵을 포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위장전술에 불과했다.

강원도 폐광지역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77%가 사용하던 석탄이 사양길로 접어들자 1990년대부터 태백·삼척·영월·정선 지역은 급격한 인구감소가 시작됐다.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조치로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은 탄광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때 14만 여명을 자랑하던 태백시 인구는 지난 4월 현재 4만2,183명(평균연령 48.7세)으로 줄었다. 4월 기준 행안부 주민등록 통계에 의하면 삼척은 6만4,355명(평균연령 48세), 영월 3만8,417명(평균연령 52세), 정선 3만5,990명(평균연령 51.4세) 등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평균연령이 43.4세인 점을 감안하면 폐광지역의 고령화는 평균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19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페광지역의 추락은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고 있다. 마치 소련과 동구권 공산국가들이 붕괴된 시기와 같다. 특히 2022년부터 석탄공사가 운영하는 화순 장성 도계 광업소를 연차적으로 폐광한다는 설이 있어 폐광지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렇게 되면 폐광지역은 머지않아 탄광이 개발되기 전인 1900년대 초 자연부락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폐광지역이 도시소멸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이유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폐광지역이 벼랑 끝에 몰렸다. 고속도로 하나 없는 인프라도 슬픈 현실이지만 젊은이들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절대 부족하다.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소기업조차 투자를 꺼리고 있다. 남아 있는 폐광에 따른 정부의 대책이 없는 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폐광지역은 정부와 협상과정에서 초강수를 띄워야 한다. 도시가 사라지는 막다른 상황에서 무엇이 두려운가. 최후의 배수진을 치고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벼랑 끝 전술은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이 대치하면서 각종 군축회담 등을 통해 협박과 회유 등의 전술을 구사한 것에서 비롯됐다. 원래는 미국에서 시작된 말로 극단적인 상황을 보이면서 상대의 양보를 얻어 내려는 외교적 협상전술이다. 이러한 협상은 최근에도 통용되고 있다. 국제정치학자 하비브는 비대칭 이론에서 이슈관련 구조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협상의 크기와 이익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협상의 기술로 행위자의 의지와 대안 통제력이 큰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경제력과 지역세 등이 약한 폐광지역에서 내세울 것은 바로 지역을 살려 보겠다는 결연한 의지이다. 그런 절실함을 가져야 정부와의 협상에서 이길 수 있다.

그리고 철저하게 무장된 논리로 타당성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대안은 하나의 것보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만드는 게 좋다. 그만큼 협상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통제력이다. 단체장을 중심으로 지방의회 사회단체 등이 하나로 연결되어야 한다. 통제력을 잃으면 지역의 회생도 멀어진다. 여러 경로에서 다양한 의견이 많겠지만 소통과 협의과정을 통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리고 협상은 벼랑 끝에 몰려 있다는 위기감으로 가장 절실하고, 가장 논리적이고, 가장 단합된 힘이 있을 때 유리하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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