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식 칼럼] 위험한 돈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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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위험한 돈 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6.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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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국가가 국민에게 여름철 휴가비를 준다는데 마다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것도 1인당 20만원~30만원씩 준다면 누가 받지 않겠는가? 여름이라 휴가도 가야하고 불경기에 돈 쓸 일도 많은데 나라 빚을 걱정해 받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과거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실행여부를 두고 찬반투표를 실시했으나 비교적 부유한 강남권에서도 찬성표가 많았다.

아이들에게 공짜로 밥을 준다는데 반대할 학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무모한 사안을 투표에 붙인 오 시장은 결국 중도 사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당은 올 여름 휴가철 전에 우리나라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20만원씩 지급하면 10조원, 30만원씩 지급하면 15조원이 필요하다. 물론 아직 확정된 금액은 아니지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추가 지원에 나설 경우 우리나라 국민들은 때 아닌 호강을 하게 됐다.

내년 3월9일이 대통령 선거이고, 이어 6월1일이 지방선거이다. 올 여름 휴가철에 지원될 예정인 재난지원금은 아마도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이전까지 2~3차례 더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추가 지원금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돈으로 달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돈 잔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온다. 정부 여당은 지난해 총선과 지난 4.7 재,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각 보편 선별지원금을 지급했다. 지난해 총선은 야권에 대한 불신으로 민주당이 압승했고, 올해 재, 보궐선거는 여당에 대한 불신으로 야당이 압승했다. 돈을 푼다고 표심은 바뀌지 않는다. 그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나라 빚이 1,0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전 우리나라의 빚은 660조2000억 원이었으나 4년 만에 무려 300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 연말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48.2%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 국민 여름철 휴가비 지급으로 30조원 안팎의 추경예산이 편성될 경우 50%에 육박할 전망된다. 우리나라 1년 전체 예산의 절반이 넘는 규모이다. 긍정론자들은 OECD국가 중 부채비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사정은 다르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등은 대부분 해외에서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나라 빚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주력산업인 전자산업 등이 밀리기 시작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먹구름은 30년째 어둠의 터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부채비율이 높다고 우리나라도 따라가야 하는 구조는 아니다. 재정건전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남의 하니까 우리도 빚을 낸다는 생각을 버리고 튼튼한 경제구조를 만드는 게 국가 지도자들의 역할이다.

여당이 믿는 구석은 또 하나 있다. 아이러니 하게도 경제가 어려운데 국세 수입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3월 1분기 국세는 지난해보다 19조원 늘어난 88조5000억 원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국세 징수를 282조원을 예상하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로 볼 때 300조원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우리나라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상황에서 국세가 늘어나는 이유는 공시지가 상승이 많이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의 급등에 따라 늘어나는 세금도 만만치 않은 규모이다. 코로나19로 국민들의 수입은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고 있으나 세금은 점점 늘어나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이러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잘하는 일인지, 못하는 일인지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국가 부채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정부는 몇 년 전 지방자치단체의 부채비율이 25%가 넘으면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행정자치부는 2015년 인천(부채비율 39.9%) 태백(부채비율 34.4%) 대구(부채비율 28.8%) 부산(부채비율 28.1%) 등 4개 지자체를 재정위기단체 주의경고를 내렸다. 무리한 관광개발사업과 아시안게임에 따른 체육시설의 과다투자 등이 빚을 진 원인이다. 당시 행자부는 1년 예산대비 부채비율이 25%가 넘으면 ‘주의단계’, 40%가 넘으면 ‘심각단계’로 규정했다.

그러던 정부의 국가 부채비율은 올 연말이면 50%에 육박한다. 정부의 규정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은 이미 ‘심각단계’를 넘고 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당시 ‘주의단계’의 경고를 받은 지자체들은 피 눈물 나는 노력으로 2~3년 후 부채비율을 25% 이하로 낮췄다. 정부는 국가 부채비율을 더 이상 OECD와 비교하지 말고 건전 재정운용의 중, 단기 계획을 마련해 적극 실천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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