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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대접’과 ‘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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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대접’과 ‘접대’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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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시간이 꽤 오래 지났지만 방문결과를 두고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통령과 함께 동행했던 우리나라 경제사절단은 미국에 무려 44조원이라는 투자를 안겨주고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문 대통령의 선물에 극진 대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도 멋진 대접을 받았다며 우리나라의 국력이 신장됐음을 느꼈다고 했다. 문대통령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최고의 순방이었고 최고의 회담이었다”며 “무엇보다 모두가 성의 있게 대해주셨다. 정말 대접받는다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바이든에게 받은 선물은 코로나19 백신 55만개이다. 55만개는 우리나라 군인들의 몫이다. 일부에서는 국내 투자가 위축되는 상황에서 44조원 규모의 대미투자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한민국이 어렵고 지방이 고사할 위기인데 대통령이 나서 해외투자를 지원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는 것이다. 차라리 기업의 지방투자를 유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도 논란이다. 42년 만에 사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우리나라는 앞으로 베이징, 도쿄, 모스크바 등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든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얼핏 보기엔 좋은 것 같지만 미사일 개발은 기술과 돈이다. 돈을 주고 미국의 기술을 사와야 한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을 방어하기 위한 미국의 방어선도 결국 우리 돈으로 구축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남은 것은 우리정부의 몫이다. 미사일 개발의 족쇄였던 미사일 지침이 완전 폐기되면서 800km를 넘어 수만km의 미사일도 개발이 가능하게 됐다.

미사일 주권 회복과 전쟁억지력 향상에는 도움이 되지만 한반도 평화와 군비증강 등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청와대는 문 대통령 방미 성과가 북핵문제와 관련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정착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정책의 방향성에 뜻을 함께 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런 평가는 굳이 미국을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얘기이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의 회담 이면에 무슨 내용이 더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백신확보는 외교정책의 실패로 보인다. 일본 스가총리는 미국 방문 시 햄버거로 식사를 했다고 비난 받았지만 코로나19 백신 1억 개를 확보하지 않았는가? 대접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을 위한 실질적 외교가 중요한 대목이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과거 해외방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지난번 미국 방문에 김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지만 해외방문 당시 많은 일화를 남기고 있다. 김 여사는 2017년 필리핀 동포간담회에서 한복을 입고 가수 싸이의 말 춤을 선보여 네티즌 사이에 ‘유쾌하다’와 ‘경박하다’는 반응을 동시에 들었다. 2018년 11월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의 공식 초청으로 3박4일간 인도를 방문하면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를 타고 출국해 논란이 됐다. 공군 2호기는 공군 소유의 대통령 전용기이다.

그해 11월 말 체코 방문 시에는 문대통령과 함께 프라하 성, 바츨라프 왕관, 비투스 성당 등을 관람하고 문 대통령 일행을 놓쳐 “우리 남편 어디 있어요?”라며 대통령을 찾아 해프닝이 됐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2019년에는 라오스 국제공항 레드카펫을 사열하면서 대통령보다 앞 서 걸으면서 손을 흔들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물론 사람은 완벽할 수 없지만 문제는 참모진들이다. 외교적 결례를 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사전에 알려주는 게 예의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은 개인이 아니라 한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의 원수이다. 그것도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에서 수장은 무엇보다 그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문 대통령은 44조원 규모의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미국에 대접받으러 간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동맹과 우방국의 방문은 지극히 정상적인 외교이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수 십 조원의 투자단을 이끌고 미국을 방문해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고 SNS에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이라도 생각된다.

지금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이 얼마나 많은가? 수 십 년간 우방국으로 지내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방문국가의 원수에게 당연히 대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접대’를 받으러 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예의를 표하는 게 맞다.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가 11개월 여 남았다. 코로나19 정국에 해외방문이 얼마나 더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외교적 실수가 없도록 참모진들은 철저한 사전 준비로 대한민국의 품격이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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