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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베블런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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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베블런 효과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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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유명인을 동원하는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어느 자리에 있고, 나와는 어떤 관계인가를 은근히 과시하는 방법이다. 그런 사람들의 주변에는 항상 기관장과 사회단체장 정치인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처럼 포장된다. 사회 경제적으로 유명한 사람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신분이 동반 상승되는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사회주의에서는 계급사회가 존재하고, 자본주의에서는 계층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적 약자들이 강자로 신분 상승하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 때문에 자신의 주변에 있는 유명인을 동원해 친분을 과시하며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키는 것이다. 일종의 베블런 효과이다.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는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사회과학자 베블런이 자신의 저서 ‘유한계급론’(1899)에서 처음 거론했다. 그는 “상층 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며 자본가들의 과시적 소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베블런 효과는 일반적으로 물건 값이 비싸면 소비가 주춤하게 마련이지만 사회적 지위나 부를 과시하기 위한 허영심에 의해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자본가들인 부자들의 생활을 묘사한 것이지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행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고급자동차와 유명의류 명품가방 보석 등은 가격이 높을수록 판매가 잘되기 때문에 제조사들은 고가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자본가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를 흉내 내려는 허영심 많은 사람들에게 있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 고가의 명품 브랜드를 구입하고 주변에 자랑하는 비현실적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들의 몸은 명품으로 치장됐지만 화려함은 찾아볼 수 없으며 품격은 오히려 가볍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자기 몸에 어울리는 옷이 명품인 것을 망각하고 무조건 고가의 브랜드를 선호한다면 그 사람 자체가 보기 흉한 사치품일 뿐이다.

민주당과 국민의 힘 등 여야가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대선후보 선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내년 3월9일이기 때문에 여야는 올 연말까지 대선후보 경선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미 경선을 준비하는 입지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으며 당내 경선을 걸쳐 최종 후보로 확정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얼마나 많은 비난과 비방이 기다리고 있을지. 또 그런 비방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에서 정책과 인물을 검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역대 대선 과정은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가 이슈였다. 상대의 흠집을 이슈로 부각시키고 선거기간 내내 해명과 공격 등 정책과 공약 보다는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소비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번 대선 경선과정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감지되고 있다. 유력 주자들을 향한 개인적 공격은 물론 그의 가족에게까지 의혹을 제기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여야는 대선 예비주자들의 국가관과 정책 등이 올바로 검증될 수 있도록 네거티브 전략을 자제하고 정책 중심의 경선을 치르기 바란다.

차기 대통령선거가 3월9일 끝나면 여야는 곧바로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한다. 경우에 따라 대선패배에 따른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 사퇴할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은 비상체제로 지방선거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 아직 섣부른 판단이지만 여야 모두 정책선거로 대선을 치른다면 선거 패배에 따른 지도부의 중도 사퇴는 없을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지기 때문에 여야 지방선거 입지자들의 움직임도 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들을 향한 줄서기는 물론 친분을 쌓기 위한 접촉도 잦아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 유력 주자와의 사진 촬영이다. 행사장 등에서 마주친 유력주자와의 사진 찍기는 곧바로 친분으로 연결된다. 평소 일면식도 없지만 자신의 입지 강화를 위해 유력 대선주자와의 사진 한 장으로 친분을 과시하는 형국이다. 이미 여러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이러한 현상은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

가장 최근에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등으로 이어지는 대통령과의 친분과시가 지방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사진 한 장으로 친분을 과시할 수는 있지만 인물 됨됨이와 지도력 정책 등에 대한 검증까지는 피해갈수는 없다. 적어도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사람이라면 그 지역을 위해 왜 출마했는가가 명확해야 한다. 누구나 말하는 “지역발전을 위해서...”라는 답은 궁색하다. 괜히 유명인을 동원해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 유권자들에게 다가서지 말고, 본인의 철학과 의지 가치관 등을 내세워 스스로 명품 대열에 오르는 입지자가 되길 바란다. 진실과 정의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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