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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6․25와 참전용사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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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6․25와 참전용사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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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6.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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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해마다 6월이 되면 하늘나라에 계신 아버님이 떠오른다. 나의 아버지는 6·25 참전용사이셨다. 아버지는 1948년 4월 국군에 자원입대하셨다. 지금은 북한 땅이지만 당시에는 우리 땅이었던 개성 송악산에 주둔하고 있는 국군 제1사단 11연대가 아버지의 근무지였다. 11연대는 1950년 4월 서울 수색으로 부대를 옮겼는데 부대를 옮긴지 두 달 만에 6·25 전쟁이 일어났다. 6월 25일 새벽. 북한이 남한을 침공하자 11연대는 즉각 임진강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북한군과 백병전을 벌였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한군을 감당하지 못하고 남으로 후퇴했다.

아버지가 소속된 부대는 1951년 12월 다시 전열을 정비하고 북진에 나서 연천 고랑포지구에서 북한군과 또 맞서 싸웠다고 한다. 그렇지만 2배가 넘는 북한군의 화력과 병력에 당할 길이 없어 다시 후퇴했다. 아버지는 추운 겨울 임진강과 맞닿는 한강하구 김포의 빈 헛간에서 볏짚을 깔고 다친 몸을 추슬렀다고 한다. 그렇게 목숨을 건진 아버지는 통일만은 내손으로 이루겠다는 충정(忠情)으로 1952년 4월 군부대를 찾아 자진 입대했다. 다시 북한군과 치열하게 싸우다 1956년 12월 5일 전역하셨다.

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한 공로로 국가유공자와 호국영웅의 칭호를 하사받으셨다. 이후 평생을 반공교육 전도사로 사셨다. 아버지 덕분이었을까? 나는 학교에서 6·25전쟁 반공 글짓기대회만 하면 철통 결의의 글로 매번 상을 탔다.

아버지께서는 전쟁의 악몽으로 잠을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셨다. 특히 날씨가 흐리거나 추운 겨울에는 허리를 못 쓰시고 더 힘들어 하셨다. 아버지는 결국 통일을 보지 못하시고 지난 2015년 90세의 나이로 국립호국원에 잠드셨다.

6·25는 다시는 있어서 안 될 전쟁이다. 3년 1개월간의 전쟁으로 인명피해는 민간인을 포함 약 450만 명에 달했다. 남한의 인명피해는 민간인을 포함 200만 명, 북한은 250만 명에 이르렀다. 군인 전사자는 한국군이 22만 7,748명, 미군이 3만 3,629명, UN군이 3,194명이며, 북한군은 54만 명, 중공군은 90만 명이다. 남한은 43%의 산업시설과 33%의 주택이 완전히 파괴됐다. 북한은 피해가 더 심해 전력의 74%, 공업시설의 80%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6·25 전쟁은 남북에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가져다줬고, 우리는 아직도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1953년 정전 이후에도 북한의 침략행위는 지속됐다. 1968년 청와대 및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 1974년 휴전선 남침용 땅굴 발견,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1983년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1996년 강릉 무장공비침투, 2002년 연평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2006년부터 계속되는 핵실험도 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대북 햇볕정책, 포용정책, 유화정책을 기조로 많은 것을 인내하며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2018년에는 남북한 정상이 ‘판문점 선언’에서 평화협정으로의 전환과 한반도에 비핵화를 실현하기로 선언하며 평화가 오는 듯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북한이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면서 모처럼 조성된 평화 무드가 긴장모드로 바뀌었다. 도를 넘어 무례하고 지나친 행위라는 생각밖에 안든다.

그러던 양국 관계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대화 재개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대북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했는데 “미국은 의미 있는 남북 대화와 협력에 대해 거듭 지지를 표명한다"며 대화에 무게를 둔 발언을 쏟아냈다. 다시 예전처럼 한반도에 평화가 올지 기대를 가져보는 대목이다.

올해는 6·25 전쟁 발발 71년을 맞는 해다. 아버지께서 평생 바라던 남북평화통일의 꿈은 아쉽게도 올해도 아무런 진전이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꼭 이뤄질 것이라 믿으면서 조국을 위해 목숨까지 희생한 순국선열에 감사 인사를 드려본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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