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CCTV 설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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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CCTV 설치, 논쟁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됐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6.2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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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최근 인천과 광주의 척추 전문병원에서 대리수술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법제화 논의가 다시 일고 있다. 지난달 말 인천 남동구 병원에서 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허리 수술을 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적 공분을 산 데 이어 최근 광주 서구 병원에서 간호조무사들이 수년간 대리수술에 나선 정황이 확인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처럼 의료법상 엄격히 금지된 무자격자의 의료 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이를 예방할 현실적 방안으로 수술실 CCTV 의무화 입법이 거론되는 것이다.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라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지만, 불법 의료 행위를 근절할 대책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으나 의료계는 여전히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CCTV 설치가 의사의 자율권을 침해해 방어적인 치료를 야기하고 환자의 개인정보를 노출할 위험이 크다고 주장한다. 외부 감시에 놓인 의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소극적으로 치료에 나서거나 위험한 수술을 기피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환자 신상정보가 유출되는 사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의료계는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CCTV 감시 체제가 문제 해결의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는 찬성 여론이 높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1%가 “환자 인권 보호와 의료사고 방지를 위해 찬성한다”고 답했다.

환자단체들은 대리수술 방지, 환자 알 권리 보장, 의료소송 대비 자료 확보 등 이유를 들어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인천 부평구의 관절·척추 전문병원이 자발적으로 전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고 보호자들이 실시간으로 수술을 볼 수 있게 했다. 병원 측은 “병원과 의사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어 설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병원이 스스로 수술실에 CCTV를 달아 신뢰 회복의 계기로 삼은 것이다.

의료계가 눈여겨봐야 할 사례이다.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은 수차례 발의됐으나 의료계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현재도 3건이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각계 의견을 수렴해 불법 의료 행위를 차단할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 의료계의 반대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이에 정부는 수술실 바깥 출입문에 CCTV를 설치하자는 절충안을 냈다. 출입자 여부만 확인해도 대리수술를 막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유치원어린이집에 CCTV설치 의무화가 논의되었을 때도 많은 찬반 논란이 있었다. 교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온종일 감시당한 것 같은 기분이라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누구라도 자신을 CCTV로 감시하고 있다면 좋은 기분일리 없다.

현재 보육기관에 CCTV가 설치되었지만 돌봄이 더 위축되었다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CCTV 설치 이후 감춰졌던 아동학대 정황이 고스란히 담긴 모습이 드러난 경우도 많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 소위원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논의 중이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지만 수술실 CCTV 설치 목적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있다는 점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지만 수술실 CCTV 설치 목적은 환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데 있다는 점이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한자를 설명한 책으로 가장 오래되었다는 후한 시대의 설문해자에 ‘언어(言語)’에 대한 설명이 있다. ‘직언을 언이라 하고 논란을 어라 한다(直言曰言 論難曰語)고 한 것. 주례(周禮)에선 ‘실마리가 되는 말이 언, 답변하는 말이 어(發端曰言 答述曰語)’라 했다. 그냥 말씀 언과 말씀 어의 중첩어로만 알았던 글자가 이렇게 구분되었던 모양이다.
 
말씨를 뜻하는 ‘언사(言辭)’에서 ‘辭’도 말씀 ’사’다. 辛 자 왼편의 글자는 엉긴 실타래를 손톱(爪)과 손(又)로 잡아 풀려고 하는 모양이라고 한다. 어지러울 난(亂)에서 보듯 엉긴 것도 실마리는 있는 법이고, 이것만 찾으면 풀 수 있다는 뜻을 지닌 상형이라는 거다. 말싸움이란 결국 해결될 수 있다는 가르침 같아 옛 글 만든 뜻이 새삼 놀랍다.

여당 대선주자 여론 1위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수술실 CCTV를 둘러싼 말싸움이 재미있다. 수술실 CCTV 설치를 주장하는 이 지사 쪽이 먼저 설치에 신중해야 한다는 야당의 이 대표더러 찬반 입장을 밝히라고 압박했다. 이 대표의 답변도 명쾌하다. “CCTV가 환자 불안을 낮추는 거라면 병원 자율로 해도 된다. CCTV 단 병원에 환자가 몰리면 병원들이 다 단다. 이 지사처럼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면 외과의사 누가 하나”

대다수처럼 CCTV에 찬성해온 터에 이 대표의 이 언어에 할말을 잃는다. 말의 정치란 이런 건가 싶기도 하다. 누가 더 옳고 설득력이 있는가의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방에서 들으면 자형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누이 말이 맞다’는 속담이 절실한 오늘이다. 감정에 의존해 순리를 거스르는 법 제정은 결국 환자 국민의 생명 보호에 해가 되고, 믿음으로 질병 치료에 나서야 할 의사-환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결과를 만들 뿐이다. 모두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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