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기고] 우리는 나비다
상태바
[기고] 우리는 나비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6.29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효선 경남 의령 용덕초등학교 교장

“선생님, 지금 나비가 나오고 있어요”

3학년 교실이 떠들썩하다. 그동안 정성껏 길러온 나비 애벌레가 번데가가 되고 잠잠하더니 드디어 나비가 되는 것이다.

“나비가 잘 빠져나오도록 갈라 주면 안될까요?”

스스로 껍질을 찢고 나오는 나비가 건강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아이들은 그래도 도와주고 싶어한다.

“우리 나비가 무사히 잘 빠져나오도록 노래를 불러주자”

이제 나의 꿈을 찾아 날아!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거야~

이 노래는 본교 인기 밴드곡이다. 예술꽃씨앗학교로 운영되는 밴드의 노래로, 가수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전교생 모두가 연주하고 부르는 것이다. 마침 나비가 탄생할 순간을 만난 행운에 이 노래를 불러줄 수 있었다. 밴드 연습뿐만 아니라 합창지도까지 받기에 아이들은 토란 잎의 물방울같이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잘 부른다.

올해는 ‘꿈’을 주제로 하여 예술꽃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밴드, 연극, 합창, 공예, 바이올린, 미술 등 예술교육에 모두 ‘꿈’ 주제와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다. 5월 25일은 꿈빛페스티벌을 펼치면서 많은 꿈자랑을 하였다. 특히 공예시간에는 나의 꿈을 디자인해 꿈빛나무에 매달았고 새집도 만들어 복도 중앙 자작나무에 달아 걸었다.

6월 25일, 금요음악회가 다시 열릴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의령군에서는 매월 넷째주 금요음악회가 열렸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멈추었던 것이다.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조건으로 다시 열리게 되어 용덕초는 들떴다. 우리 5,6학년 아이들과 교직원이 참가신청을 하였다. 목표를 정하고 보니 아이들과 교직원 모두가 신나게 노래하고 기타치고 두들기기를 매일.

드디어 금요음악회 날!

용덕초의 YD밴드(아이들)와 도담밴드(교직원)가 무대에 나섰다. 마스크를 끼고서 관람하러 온 학부모님들과 주민들이 크게 반기며 환호와 함성으로 같이 즐겼다.

“용덕초가 어디쯤 있나요? 큰 학교인가요?”

용덕초를 자세히 모르는 분들께서 놀라서 물었다. 그렇게 작은 학교에서 이런 멋진 연주를 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아이들과 호흡하기 위해 용기를 낸 교직원들!

그 열정과 사랑이 전해진 탓일까? 아이들은 2021년 6월의 금요음악회를 가슴 벅찬 감동으로 모든 이를 놀라게 하였다.

“대한민국의 가장 위대한 아이들! 자랑스런 학부모, 행복한 학교~,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거침없는 사회자의 멘트가 지금도 가슴 벅찬 울림으로 남아있다.

‘음악으로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도 주고 꿈도 줄 수 있구나!’

우리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 한마음으로 자존감 UP이라는 좋은 선물을 받은 것이다. 예술꽃씨앗학교 운영 성과의 한 장면에 대한 고마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예술교육으로 아이를 성장시켜라”

오래전부터 발도르프교육에 관심을 갖고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루돌프 슈타이너의 교육예술론’으로 석사논문을 쓰기도 했었다. 본교로 부임하면서 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예술꽃씨앗학교를 운영하게 되었고, 예술교육으로 인한 다양한 성과를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슈타이너는 아동 발달 변화의 주기를 7년으로 보고, 세 단계 중 7세~14세 아동기는 주로 감정교육을 위하여 예술과 권위자에 의한 교육을 중요시하였다. 초등학교시기가 이에 해당된다. 이에 용덕초등학교는 예술교육을 넘어서 교육예술의 관점으로 접근하며 운영하고 있다.

아침이면 ‘굿모닝 클래식’ 시간을 운영하면서 음악으로 마음을 다진다. 특히 예술꽃씨앗학교의 주 영역인 밴드를 운영하면서 많은 변화와 시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연극과 공예, 합창 등 다른 예술교육수업까지 더해지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꿈! 도전! 열정! 끈기! 몰입! 배려! 공동체의식! ···. 

‘꽃의 향기는 자연이 만들지만, 인간의 향기는 예술과 문화가 만든다.’고 한다. 예술교육이 아이들에게 무슨 의미로 다가가는지 딱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저학년 고학년 가리지 않고 함께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이들이다. 6학년에게 폴짝 뛰어올라 안기는 1학년, 서로 업어주고 도와주며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 나비의 탄생을 보며 나비의 노래를 부를 줄 아는 우리 아이들, 제 시간 맞춰 악기 앞에 서서 서로 도와가며 연주 준비를 하는 아이들에게서 인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나비다. 우리의 작은 날갯짓이 수많은 사람들의 버팀목으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 하나로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한다. 용덕밴드 노래는 온 세상 나비들에게 전해질 것이다.

이 세상이 거칠게 막아서도

빛나는 사람아 난 너를 사랑해

널 세상이 볼 수 있게 날아 저 멀리~

가만히 움츠려 있던 하얀 나비를 아이들은 하늘로 날려 보낸다. 훨훨 날아가는 나비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의 카랑한 목소리도 나비따라 날아간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이효선 경남 의령 용덕초등학교 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