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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9] 끓는점을 모르는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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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는 詩 39] 끓는점을 모르는 정치인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21.06.30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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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란(1968년생) : 제주도 서귀포 출신으로 2010년 ‘열린시학’을 통해 등단, 현재 제주에 거주하며 시를 씀

<함께 읽기> 몇 년 전에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란 기사가 떴다. 상대에 홀딱 반한 상태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 페닐에틸아민(PEA)이 신경세포를 적시면 황홀감을 느끼고 행복감에 도취 된다는. 문제는 이 PEA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사라지는데, 그 까닭은 인간의 신체는 동일한 화학물질에 오래 노출되면 내성이 생겨 그 느낌을 잃게 된다고 한다. 의학자들은 PEA가 지속되는 기간을 최장 3년으로 보고 있다.

그럼 사랑의 유효기간이 3년이라면, 사랑이 활활 타오르는 끓는점은 몇 도일까? 시인은 기름 위에 꽃처럼 피어오르는 튀김을 보고 사랑의 열정을 떠올렸나 보다. 물의 끓는점은 100도이며, 기름의 끓는점은 150도 이상이다. 그럼 사랑의 끓는점은 얼마일까?

“기름의 끓는점에 반죽을 떨어뜨린다 / 지글지글 튀겨지며 확확 피어나는 꽃들” 튀김옷을 하얗게 두른 파가 고추가 고기가 팔팔 끓는 기름에 던져지는 순간, “반죽”은 끓는점에서 “꽃”으로 피어난다. 하얀색에서 노란색으로의 변신, 하얀 반죽은 꽃이 된다.

“세상 모든 꽃들은 / 끓는점에 필사적으로 핀다” 그렇다. 세상의 모든 꽃들은 피어야 할 때 피어난다. 우리가 아는 그 꽃만을 가리키지 않고 '아름다움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모든 존재'가 다 해당되겠다. 작년 늦가을 마당에 봉선화 한 송이가 때늦게 올라왔다. 녀석은 내년을 기다려야 했는데 판단 착오를 했던 게다. 저도 땅을 뚫고 나와 보니 알았던 게다.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걸. 녀석은 며칠 뒤 불어온 찬 바람에 꽃도 잎도 다 얼어 죽어버리고 말았다. 자기 끓는점을 모르고 나온 안타까운 봉선화의 최후였다. “그걸 사랑이라고 한다면 / 내 몸의 끓는점도 지금 / 확확하다” 끓는점에 피어남이 사랑이라면 지금 나의 몸도 끓는점에 가까우니 사랑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는 뜻이라 하겠다. 이렇게 “확확 피어나는 꽃(존재)”들은 끓는점에서 자신을 변화시킨다. 그것이 우리네 마음속에 들어오면 사랑이 된다. 작금 끓는점을 모르는 정치인이 많다, 때를 알고 피어났음 좋겠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3131@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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