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혁의 데스크席] 공평한 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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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공평한 쉴 권리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7.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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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주말과 겹치는 모든 공휴일에 대체공휴일을 적용하도록 하는 ‘대체공휴일법안’이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는 8월 세 번째 일요일과 겹치는 광복절부터 대체휴일이 적용된다.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부응할뿐더러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이어 이번에도 적용 대상에서 배제됐다.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제는 대체휴일이 시행된다고 해도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쉴 수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는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 근로기준법과 충돌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게 여당의 설명이다. 보편적 휴식권의 보장이 헌법이 보장한 행복추구권에 해당한다는 점, 야당인 국민의힘이 360만 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를 제외하는 것은 ‘국민 공휴일’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면서 의결에 불참했다는 점에서 여당의 행보는 여러모로 아쉽다.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은 대체휴일에 쉴 수 없을 뿐 아니라 휴일, 야간, 연장근로를 해도 통상임금의 150% 이상인 가산수당을 받을 수 없다. 올해 초 통과된 중대재해처벌법에서도 제외됐으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신고할 방법이 없다. 대기업, 공공부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영세 사업장의 취약 노동자들이 휴식에서조차 차별받는 모순을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사회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근본적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선 5인 이상에만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조항(11조)의 개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논의가 있었으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 법 집행의 난점 같은 대에 부딪혀 번번이 입법이 무산됐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미 이 조항의 개정을 권고했고 10만 명 이상이 입법 청원을 하는 등 논의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여당은 본회의 상정 이전에라도 5인 미만 노동자들에게 대체휴일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정치권은 이들을 보호할 근본적 법 개정 논의에 나서기 바란다. 근로시간을 줄이고 휴식과 여가, 자기계발 시간을 더 갖는 것은 인류 보편의 꿈이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열심히 밤·휴일 없이 일한 덕에 ‘한강의 기적’도 이뤄냈지만, 언제까지 장시간 근로에 기반한 성장을 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생산성이다. 한국 노동시간이 선진국 기준으로는 많은 편에 속하는 것도 아직 노동시간당 평균 생산성이 그만큼 높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제와 산업 전체로 볼 때 전문화, 분업화, IT·AI화 등 고도화 수준이 충분하지 않기에 아직은 근로시간을 확 줄일 여건이 못 되는 것일 뿐, 일하는 시간이 길어 생산성이 낮은 게 아니다. 기본적으로 근로시간이 생산성을 따라간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인위적으로 무하게 근로시간을 줄이자는 주장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 뜬금없는 공휴일 확대론과 함께 근거로 내놓은 여론조사도 문제가 적지 않다. 1000여 명에게 물었더니 73%가 찬성했다는 게 조사결과다. 고용주보다 근로자가 훨씬 많은 상황에서 유급휴일 확대에 마다할 월급쟁이가 얼마나 되겠나. 굳이 조사하려면 급여를 주는 쪽에 물어야 할 사안 아닌가. 이런 조사에서도 자영업자 63%, 제3자 격인 전업주부는 66%가 반대했다.

산업현장의 근로시간을 자연스럽게 줄여나가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치열한 근로 뒤의 휴식’과 ‘일은 하지 않은 채 노는 것’ 정도는 구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온갖 ‘재정 퍼주기’에 이어 ‘돈 받고 놀기’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비칠 공산이 다분하다. 아홉 달도 남지 않은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또 하나의 인기몰이가 아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 여당이라면 유급휴일 확대에 따른 다양한 관점과 파장도 봐야 한다.

이러면서도 자영사업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계속 외칠 수 있겠나. 퍼주기나 ‘더 놀자’라는 선심책이 아니라 “생산성을 이렇게 높이자”는 제안도 여당발(發)로 듣고 싶다. 민주당은 차제에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과 중대재해법 적용을 위한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체공휴일법 의결에 불참한 이유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것은 국민 공휴일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업장 규모에 따른 차별 해소에 공감한 만큼 법 개정에 동참할 것으로 기대한다. 더 이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을 법망 밖에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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