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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국민기본소득은 사회안전망 확대의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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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국민기본소득은 사회안전망 확대의 연장선에 있어야 한다
  •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 승인 2021.07.07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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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사회안전망이 보장된 사회복지

최근 정치권에서 국민기본 소득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국민기본소득은 국가나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어떠한 조건 없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는 현금 소득을 말한다. 재산이나 건강, 취업 여부 혹은 장차 일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등 일절 자격 심사를 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일정한 돈을 주기적으로 평생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회복지 프로그램들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모든 사람에게 기초적인 생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정신에서 나온 개념이다. 기본 소득제는 20세기 들어 버트런드 러셀, 에리히 프롬, 마틴 루터 킹, 앙드레 고르 등에 의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는데, 예수님을 기본소득제의 원조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일거리가 없어 놀다가 저물녘 맨 나중에 온 일꾼에게도 먼저 와서 일한 자와 똑같이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주었다는 포도원 주인의 비유야말로 기본소득제의 핵심적인 논리를 꿰뚫고 있다. 누구나 삶의 기본적 필요를 충당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제공받을 당당한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면서 활발하게 일었다. 이는 비정규직과 시간제 노동 등 불안정 노동이 늘고 기업들의 고용이 줄어드는 현실을 정규직 노동자, 임금 노동자 중심으로 짜인 기존 복지제도의 틀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보수적 경제학자들도 기본 소득을 지지하고 있으며, 70여 명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가운데 이를 지지하는 사람이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라질·쿠바 등 일부 국가가 최저임금의 5퍼센트 남짓한 수준의 기본 소득제를 제한적으로 도입하고 있긴 하지만 세계적으로 기본 소득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2013년 10월 스위스에서 사상 최초로 국민 모두에게 한 달 2,500스위스프랑(약 297만원)의 기본 소득을 보장하는 방안을 뼈대로 한 국민 발의 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어 국민투표에 부쳤지만 반대 65.3퍼센트 대 찬성 35.5퍼센트로 부결되었다.

기본 소득 도입 논의에서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재원 마련이다. 예컨대 기본 소득 도입론자들은 토지세, 환경세, 금융거래세, 자본이득세, 부자 증세 등 세금을 통해서 재원 마련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히려 재원 마련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전통적인 노동 윤리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이 더 큰 난관일 수 있다. 기본 소득제를 둘러싸고 의견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심각해져만 가는 소득 불평등에 대한 대중적 분노 때문에 기본 소득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1986년 기본 소득 도입을 위한 시민단체인 기본 소득 유럽 네트워크가 만들어졌고, 2004년 기본 소득 지구 네트워크로 확장되었다. 한국에서는 2009년 기본소득 한국 네트워크가 만들어졌으며 2014년 3월 발생한 이른바 '세 모녀 자살 사건' 이후 기본 소득이 진보진영 안에서도 대안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주의 경제체제에서는 자본이 있는 사람이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이미 부자는 사회적 혜택을 충분히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회적 비율은 결코 20%를 넘어설 수 없다. 자본주의는 많이 가지려는 인간의 욕망에서 시작된 것이고 이는 시장에서 실현된다. 인간의 욕망을 생산성 향상의 원동력으로 하여 국가경제의 전체규모를 발전시키는 제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천년 동안 인류는 이러한 제도를 발전시켜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은 2009년 6,342.1조원에서 2018년 1경 517.7조원으로 연평균 5.8% 증가하여 국내총생산 증가율(5.1%)을 상회하였다. 2019년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 분석 결과, 우리나라 가구는 자산이 소득에 비해 상위계층 집중도가 더 심하고,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 부동산이 보유 총자산의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과 처분가능소득은 중위수준 보다 평균이 훨씬 큰 비대칭분포를 보인다. 우리나라 가구의 보유자산이 부동산에 치중되어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향후 자산의 경제적 위기 상황에 대한 담보역할 축소, 지역 간 경제적 불평등 심화에 따른 사회적 통합 저해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나누어져도 만족할 수 없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3,500만 원 정도이다. 이는 세계 28위 정도의 순위이고 국민 한사람이 1년에 얻을 수 있는 평균 소득을 말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국가통계포탈을 통해 살펴보면 5분위 기준으로 5분위인 상위소득자 20%가 시장소득 7,685만 원, 44.5%를 차지하는데 이를 다시 10분위를 기준으로 하면 10분위 상위소득자 10%가 9,673 만원, 28%을 차지하고 있다. 세상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뉴스에 떠들석한 상위 1%의 소득 수준은 상상에 맡기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위1%의 소득수준은 다른 국가에 비하여 일반이 생각하는 수준보다 현저히 떨어지고 있음도 사실이다. 하위소득자 50%의 전체 소득이 상위소득자10% 대비 소득의 81%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우리 나라의 소득 불균형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위소득자의 평균 소득은 1,565만원에 불과하다. 심지어 하위소득자 10%의 평균 소득은 연간 311만원이다.

국민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아직은 조심스런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 복지예산을 GDP의 20% 이상인 선진복지국가에서 논의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지급되는 복지예산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종합적인 개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제 겨우 GDP의 10% 수준을 막 넘어선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합당치 않은 측면이 있다. 앞에서 우리나라의 소득불균형 실태와 하위소득자 50%의 평균소득 그리고 하위 10%의 소득수준을 감안할 때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국민기본소득의 개념을 일부 국민에게 도입하여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 국민의 50%에게 월 50만원을 기준으로 지급하면 150조원이 필요하다. 이는 GDP기준 7.5% 수준이고, 2021년 정부예산안기준으로는 27.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또한 보건·복지·고용예산 198조원의 75.6%에 해당된다. 그러나 보건·복지·고용예산 198조원은 2021년 예상되는 GDP기준으로도 11%를 겨우 넘어서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중복되는 복지예산을 단순화시키고 다른 예산의 효율적 편성을 통해 현재의 예산규모에서도 복지관련 예산에 집중하면 보건·복지·고용예산의 비율을 35%로 증액하여 GDP기준 13%을 달성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국가예산편성은 분야별 예산의 장기적 계획뿐만 아니라 보건·복지·고용예산은 지금 당장 가장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복지예산의 장기적인 확보방안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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