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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광양 비평리 주민 "산사태 조짐" 3차례 진정서…막을 수 있었던 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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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광양 비평리 주민 "산사태 조짐" 3차례 진정서…막을 수 있었던 人災
  • 호남취재본부/ 구용배기자
  • 승인 2021.07.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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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태 우려 민원에 市 "안전하다"…위험시설검토 등 요구에 "심의대상 아니다"
주민 B씨 "2019년 겨울, 도로 옆 동산 땅주인이 평지로 만들고 잡석으로 채워"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 산업안전팀 전담수사…토목공사·산사태 연관성 등 조사

지난 6일 산사태로 순식간의 삶의 터전을 잃은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의 마을 주민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7일 오전 사고 현장에서 주민 A씨는 "이번 산사태로 집 2채가 완파됐다"며 "2020년 6월부터 3차례에 걸쳐 산사태의 우려가 있다"며 광양시청에 진정서를 넣었지만 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안전하다"고 입장을 통보했다며 시로부터 받은 민원회신을 공개했다.

7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에서 전날 발생한 산사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7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에서 전날 발생한 산사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A씨가 공개한 회신문에 따르면 지난 2월 시에 지질 평가조사서와 위험시설 검토서, 환경평가서 등을 요청했지만 이에 시는 "소규모 건축물로 지반을 최저 등급으로 가정한 경우 지반조사 보고서 미대상이고 대지 면적 5000㎡ 이상일 경우 재해영향평가 심의 대상이어서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

A씨는 지난 4월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집에 머물렀으나 이틀 전 출장을 가면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주민 A씨가 공개한 광양시청 민원회신문.
주민 A씨가 공개한 광양시청 민원회신문.

A씨는 "비록 화는 면했지만 민원이 제기될 때 조치를 했다면 이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주민 B씨는 "도로 옆에 동산이 있었는데 2019년 겨울, 땅주인이 평지로 만드는 공사를 실시했다"며 "이 과정에서 좋은 흙이 나와 반출을 하고 그곳에 잡석으로 채웠다"고 밝혔다.

시는 2019년 4월 3420㎡ 규모의 전원주택 신축을 위한 개발행위 신청을 허가했지만 지난해 10월에는 공사 현장에서 바위가 떨어져 민가를 덮치자 안전 조치 미흡을 이유로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7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에서 전날 발생한 산사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7일 전남 광양시 진상면 비평리에서 전날 발생한 산사태 복구작업이 한창이다.

업체 측은 안전 펜스 설치 등 안전 조치를 확인하고 지난해 11월 공사 중지를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도 주민의 민원이 제기되자 시는 업체에 사면 안전성 검토를 권고하고 배수로를 설치할 것을 지시해 업체 측은 배수로는 설치했지만 사면 안전성 검토에 대해선 '법적 의무가 아니고 민원을 제기한 곳이 사업 대상지가 아니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을에서는 전날 오전 마을 위 전원주택 공사장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집과 창고 등 5채가 파손됐으며 C씨(82)가 숨졌다.

굴삭기 1대만 투입돼 파손된 건물 잔해를 치워내고 있지만, 붉은 토사가 흘러내려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 위 전원주택 공사장.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 위 전원주택 공사장.

시는 산사태 피해 이재민에게 임시 거주지를 제공하는 등 지원에 나섰으며 숨진 C씨 유족에게는 응급 구호 물품이나 장례비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군부대에 복구 인력 지원을 요청하는 등 응급 복구를 추진하고 있다"며 "오후에는 빈소에 부시장과 간부들이 조문하고 구호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사태가 발생한 마을 위 전원주택 공사장.

한편 경찰은 토목 공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수사에 나섰다.

전남경찰청은 신속한 진상 규명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전남청 광역수사대 산업안전팀에서 사건을 전담하기로 했으며 산사태 지점 위쪽에서 이뤄진 토목 공사와 산사태와의 연관성, 부실 공사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공사업체 관계자와 설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고 절개지의 토사 관리나 석축 건축이 적절하게 됐는지 인허가 서류를 함께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내일까지 비가 많이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 합동 감식 등을 하고 정확한 산사태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매일신문] 호남취재본부/ 구용배기자
kkkyb00@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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