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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방광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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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칼럼] 방광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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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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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석 분당제생병원 비뇨의학과 과장

여성의 60%는 살다 보면 한 번쯤 방광염을 겪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오줌소태, 방광염이라는 말은 의학용어로 ‘급성 방광염’을 말합니다. 급성 방광염은 방광에 세균이 침입해 생긴 염증을 말하는데, 소변을 눌 때 화끈거리는 통증, 소변을 자주 보거나 소변을 보고 난 뒤에도 자꾸 마려운 방광 자극증상, 배꼽 아래 부위 통증이 특징적 증상이며, 때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탁해지거나 또는 악취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은 아무래도 항문과 요도의 거리가 가깝고 요도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아서 균이 방광으로 침범하기 쉬워 남성보다 방광염이 더 자주 생기는데, 정상인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밤을 새우는 등 생체 리듬이 깨지면 생길 수 있습니다. 증상이 발생하면 불편감이 심하지만 대부분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기 때문에 특별히 소변검사 없이 바로 경험적 항생제 처방을 하면 72시간 이내에 90%에서 증상이 사라지며 크게 후유증은 없습니다.

이렇듯 워낙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외래에서 자주 환자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어떤 분들은 그냥 쉬면서 증상이 없어지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약국에서 한방 생약 제제를 추천 받아 먹는 분도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비뇨의학과를 방문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래도 집 앞 가까운 의원이나 산부인과에서 치료를 받는 경우가 가장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인 여성이 단순하게 방광염이 생겼을 때는 소변 배양검사가 필수적이진 않습니다. 교과서적으로는 임신한 경우, 당뇨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는 소변 배양검사가 권장됩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외국보다 항생제를 자주 사용하는 편이라 점차 기존 약이 듣지 않는 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방광염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어서 단순한 방광염도 가능하면 소변 배양검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방광염이 생기는 환자들은 일반 병·의원에서 치료를 1~2주 받아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이른 시일 내로 재발을 하게 되는데. 진료 경험상 처음 방광염에 걸린 젊은 여성도 항생제 내성균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대부분의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인 경구 항생제를 사용해야 하고 먹는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에는 1~2주 정도 매일 주사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가끔 방광염과 동반하여 혈뇨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러면 변기 물 전체가 빨갛게 변하기 때문에 깜짝 놀라서 병원을 급하게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혈액은 한 방울만 변기에 떨어져도 전체가 붉게 변하게 되기 때문에 실제로 심한 출혈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고 일반적인 방광염과 같은 방식으로 치료했을 때 회복은 잘 되는 편입니다. 혈뇨가 심하면 오히려 핏덩어리가 방광에 쌓여 소변이 나오지 않는 증상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방광염이 회복되었는데도 혈뇨가 지속되는 경우는 요로 결석, 요로 협착, 방광 또는 신장의 암 같은 다른 원인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재발성 방광염이란

재발성 방광염이란 급성 방광염 치료가 잘 된 후에도 1년 이내에 두세 번 정도로 자주 재발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과거에는 이 원인을 개인위생의 문제라거나, 생활 습관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미생물유전체microbiome 분석 기술의 발달로 연구를 거듭한 결과 세균이 방광 벽 세포를 침범하여 자리 잡고 있다가 지속성 세균뇨와 재발성 요로감염의 요인을 제공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재발성 방광염 환자는 더 세밀하고 전문적인 면담과 정밀검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동반된 기형이나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를 우선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과거 요로감염의 횟수, 빈도, 폐경 여부, 최근 항생제 복용, 성생활 습관, 피임 방법 등을 확인하고 신체검사에서는 질 내 상태, 골반장기 탈출 여부, 요도 게실 등을 확인합니다.

소변검사 및 요배양검사는 필수적입니다. 과거력이나 신체검사에서 내부 장기 구조의 이상이 의심되면 복부 CT나 요로계 초음파 등의 영상 검사를 시행합니다. 배뇨 지연, 빈뇨, 절박뇨, 요실금 등의 증상이 있다면 과민성 방광증이나 방광 기능 저하 등을 감별하기 위해 소변 속도, 배뇨량, 배뇨 후 잔뇨 검사 등이 필요합니다. 혈뇨가 지속되고 45세 이상이라면 방광암을 감별하기 위해 소변을 이용한 암세포 검사나 방광 내시경도 고려해야 합니다.

재발성 방광염 치료 후 추적 요 배양검사를 통하여 치료가 완전히 종결되었음을 확인하고 충분한 상담과 행동교정 요법이 이루어진 뒤에도 성공적으로 예방이 되지 않을 때는 추가적인 예방요법을 시행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지속적인 예방적 항생제 복용법’입니다.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약을 미리 처방받아서 가지고 있다가 증상이 재발하는 즉시 약을 먹도록 하는 ‘항생제 자가치료법’ 또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러면 약을 매번 먹을 필요는 없음으로 부작용이 적으나 재발은 간혹 발생하는 편입니다. 성관계 후 자주 방광염이 발생하는 분들도 의외로 많습니다. 이러한 분들은 ‘성관계 직후 복용법’, 즉 증상이 없더라도 성관계 직후 1회 항생제를 복용하여 재발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방광염의 재발을 이전에는 단순히 위생의 문제, 세균의 문제로 보고 생활습관 개선과 항생제만을 이용하여 예방을 시도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성에게 균을 막아 내는 방어막의 파괴가 원인으로 생각되고 이러한 방어막을 강화함으로써 재발을 막는 방법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산균을 복용하거나, 폐경 후 여성이라면 여성호르몬 질정을 사용함으로써 질 환경을 개선하면 재발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특히 비뇨기과 영역에서는 요로감염에 가장 흔한 원인인 대장균을 용해하여 독성물질을 제거한 면역증강제가 2000년대부터 도입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약제는 일종의 먹는 백신 개념으로 3개월 정도 하루 한 번 복용하면 재발률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효과를 보여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광염은 흔한 질환이지만 의외로 자주 재발하거나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뇨의학과에서는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 건강한 일상 회복에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현석 분당제생병원 비뇨의학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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