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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고향이 없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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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칼럼] 고향이 없는 마을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7.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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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시골마을에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끊어진지 오래다. 출산율 저하로 사촌이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에는 고향이 없는 마을이 등장하고 있다. 시골에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고향이라는 말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화가 발달되면서 1990년대 전후로 신생아는 대부분 중소도시 이상의 병원에서 태어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태어나는 신생아는 절대다수가 도시지역에 주거지를 두고 있으며 면(面) 지역을 본적지로 두고 있는 아이는 거의 없다. 농촌에 있던 초등학교는 분교로 전락한지 오래며 그나마 남아 있는 학교도 2~5명 있는 학생이 졸업하면 폐교된다. 최근에는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까지 폐교되는 일이 속속 발생하고 있다. 시골의 향수를 느끼는 고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있다. 시골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없어지면서 고향은 어른들의 추억으로 남겨지고 있을 뿐이다.

외갓집과 시골집의 대명사로 불리던 농촌이 피폐화되고 있다. 젊은이들이 사라지면서 고령자와 독거노인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농촌 마을의 생활환경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도심으로 연결하는 마을버스 등 교통수단은 겨우 명목만 유지될 정도로 남아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버스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공영제 방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인구감소로 적자운영이 계속되자 지자체가 어쩔 수 없이 운영하고 있다.

도심으로 연결하는 이동수단도 줄어들지만 시골에 남아 있던 작은 가게마저 문을 닫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병의원과 약국 등이 문을 닫은 지는 오래됐으며 식료품과 공산품 등을 살 수 있는 슈퍼마켓도 찾아볼 수 없다. 소주 한 병, 막걸리 한 병을 사려고 해도 이제는 버스를 타고 도심에 나가야 살 수 있는 환경이 됐다. 과거 시골에서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은 정 반대이다. 일부 몇몇 채소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 냉동식품을 먹어야 한다. 매일 장을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도심에 있는 대형 마트에서 대량 구입해 냉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원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농촌의 빈집은 무려 26만 채나 된다. 빈집의 대다수는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흉가수준으로 남아 있다. 빈집이 많은 전북 전남은 전체 가구의 7% 안팎으로 조사됐으며, 섬지역이 많은 인천도 6.13%나 됐다. 경북 경남 등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6% 안팎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10억 원을 넘고, 지방의 주요도시 아파트 가격도 연일 오르고 있지만 농촌에서는 오히려 빈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리나라 농촌으로 구별되는 면(面) 지역은 모두 1,182개에 달한다. 이들 지역이 우리나라 면적의 73%를 차지하고 있지만 인구는 10%도 안 되는 467만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 주변에 신도시 형태로 발전된 면 지역을 제외하면 농촌인구는 급격히 줄어든다. 우리나라 면 지역에 슈퍼마켓이 없는 곳은 무려 45%이다. 두부 한모, 라면 하나를 사려고 해도 도심지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없어서는 안 될 이,미용실이 없는 면 지역도 43%에 달한다. 이발을 하려면 도심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촌지역에 빈집이 발생하면서 마을경관 훼손은 물론 환경오염과 치안문제가 새로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거미줄로 가득한 실내와 무너진 지붕, 부서진 담벼락과 축대, 수도와 정화조의 관리 불량으로 오염된 수질, 방치된 석면 슬레이트 등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다고 강제 철거할 방법도 없다. 사유재산과 연결되기 때문에 소송에 휘말려 철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서 이미 겪고 있는 문제이다.

영국은 빈집의 자진 철거를 위해 2년 이상 빈집으로 방치할 경우 세금을 중과세 하고 있다. 건물주의 자진 철거를 통해 마을의 경관을 보존하고 환경오염을 방지한다는 취지이다. 캐나다 등 일부 선진국에서도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제도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나치게 흉가로 방치된 건축물의 철거비용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되, 철거를 미루거나 방치하면 중과세를 징수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 빈집이 더 이상 농촌과 낙후지역의 흉물로 남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일본처럼 지방으로 이사를 가거나 직장을 옮기면 일정금액의 보조금을 정부가 지원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그럴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유재산 침해라는 이유로 행정기관에서 빈집을 지속적으로 방치한다면 마을 자체가 흉물이 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선진국의 사례를 수집해 우리 실정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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