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사윗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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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윗감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7.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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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나 결혼 못해요”, “사람 그만하면 됐는데 왜 그러냐?”결혼을 앞두고 아내 될 사람과 장모 되실 분의 대화다. 아내가 생각하는 신랑감은 인물, 학력, 금력이 갖춰져야 세상 편히 사는 것이요. 어머님이 생각하는 사윗감으로서는 주먹으로 쥐었다 펴놓은 놈같이 생겼어야 딸 속 안 썩이고 말썽 없이 사는 것으로 믿는 것이었다.

나라는 존재는 아내가 생각하는 신랑감으로서는 낙제요, 어머님의 사윗감으로서는 제격이었다. 한 핏줄인 부녀지간에도 마음이 일치하지 않는데, 부부로 만난 전혀 다른 피끼리 마음이 맞겠는가? 나와 아내 될 사람의 마음 일치는 결혼을 한 후의 2차적인 문제이고, 당장은 부녀지간에 합의를 도출해서 한마음이 되어야 결혼이고 파혼이고 하는 것 아니겠는가.

부녀지간에 모종의 합의를 본 덕분에 결혼이라고 했는데, 우리 부부는 결혼 생활 이십여 년 동안 마음을 제대로 맞추어 보지 못하며 살았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십여 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비포장 도로 위의 마차처럼 삐거덕 소리 내며 살고 있는데, 그 소리가 귀에 거슬리거나 시끄럽기도 하여 윤활유나 구리스 한번 쳐보았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지만, 서로의 고집이 아닌 아집이 용납지 않았다. 한 발짝 다가가 맞추려 하면 한 발짝 뒤로 물러나기가 일쑤다.

종교문제만 해도 그렇다. 흔히 말하기를 하늘같은 남편이 사후에 맑은 하늘로 데려가겠다고 천주교회에 같이 가자는데, 저 혼자 햇빛 쨍하는 하늘을 찾아가려는지, 멀리도 아닌 바로 천주교 옆의 장로교회에 나간다. 일이 이 지경이니 우리 부부가 얼마나 서로 안 맞는지 알아볼 일이다.

나라고 고집 없는 것은 아닌데, 아내가 크산티페 노릇을 하려고 하면 얼른 알아차리고 자존심 죽여 소크라테스가 되기로 했다. 장모님이 왜 주먹으로 쥐었다 펴 놓은 놈 같이 생긴 사윗감을 원했는지 그 심오한 뜻을 헤아렸기 때문이다. 둘의 생각이 그러할진데 어찌 일거수일투족이라고 맞겠는가.

자기의 행동 느린 것은 탓하지 않고 나의 부지런함을 바지런스럽다고 탓한다. 너무 앞질러간다나? 경박스럽다나? 내 참! 부지런한 것 탓하는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오십여 년을 살아오면서 딱 한 명 봤다. 그 한 명 본 것을 본 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가 데리고 산다는 그 자체가 불행하기 그지없다. 농번기에 제 시간에 밥이 나오지 않으면 배고픈 것은 차지하고 품꾼에게 미안하여 안절부절 못한다. 일이 분도 아니고 한 두어 시간 늦게 밥이 나왔다. 그때의 성질로 봐서는 밥주걱을 뽑아들고서 놀부 마누라 밥주걱 휘두르듯 해야 하건만, 장모님이 제격으로 생각한 사윗감으로서 기대를 저버리기 싫어서 꾹 참았다.

동네가 개발이 된다하여 농가주택을 지어 이주하기로 했다. 예의, 아내가 또 가로막고 나서서 아파트를 사서 가자고 한다.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아파트는 사는 순간 돈이 되지만, 내가 짓고자 하는 단독주택은 짓는 순간부터 돈이 줄어든다고 우긴다. 장모님의 사윗감에 대한 어록이 생각났기 때문에, 성질이 나는 것을 이를 물고 간신히 참았다.

논에 한나절 농약을 주고 들어와 샤워를 하는데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었다. 주방에 있는 아내에게 말하니 자기도 방금 물냉면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부부가 이렇게 마음이 일치해본 것이 얼마만이냐고 감격을 한다. 감격할 만도 할 것이다. 우리 부부가 말과 행동을 합해서 맞아본 것이 아마 이십 몇 년은 되었을 것이다.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냐고 놀라시겠지만, 결혼해서 처음 있는 일이니까 기억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느 날 밤 거실에서 모녀가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되었다. 아내가 딸에게 말하기를 네 아버지 같은 사람을 남편으로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간 저 사람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서방 잘 얻은 것만큼은 인정을 하는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이어 딸에게 하는 소리를 듣고는 남편 잘 얻은 얘기가 아닌, 장래 딸의 남편 즉 자기의 사윗감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주먹으로 쥐었다 펴놓은 놈 같은 사위’를 말이다. 그래야 딸이 못 살겠다며 울고불고 보따리 싸들고 올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는 계산을 깔고서 하는 말이었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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