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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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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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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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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여호와 말씀에 의인 열 명만 있어도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지 않겠노라고 성경책에 나와 있는 것을 보았다. 속이고, 훔치고, 죽이고 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지금의 세상에서, 그래도 의인이 열 명은 넘는지 여호와께서는 이 세상을 멸망시키지 않으셨다. 이 세상 사람들의 끊이지 않는 악행에 결국 지쳤는지, 성경에는 숱한 기적을 베풀었다던 예수도 지금은 나 몰라라 하는 듯이 팔 벌리고 서있는 형상으로 관망만 하고 있다. 그 뿐인가 자비를 베풀라던 석가도 더 이상 어찌할 줄 모르고 두 손 모아 눈감고 마음만 졸이고 앉아있기만 할 뿐이다.

신들께서 인간들에게 사랑과 자비를 가르치며 사람답게 살라고 하였건만, 소돔과 고모라 땅의 백성들과 노아 주위의 사람들처럼 하느님의 권능을 우습게 알고, 모세 없는 광야의 이스라엘 사람들 같이 금송아지 대신 ‘돈(錢)’이라는 우상을 섬기며 광란에 빠져 있다. 인간들에게 새로운 우상의 교주로 등장한 ‘돈’이라는 신은 사람들에게 석가의 자비를 우롱하고, 예수의 사랑을 거역하기를 가르치며 사탄의 교세를 확장해만 간다.

예수의 기적은 장님을 눈뜨게 하고 문둥병을 고쳤는데, 현 시대의 사탄의 교주 ‘돈’의 신은, 사람들 얼굴을 뜯어고치게 하고 키를 잡아 늘이는 기적(?)을 행하며, 허영에 들뜬 사탄의 신도들을 양산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얻으리라.”하는 말이 성경에 나와 있건만, “돈 나를 믿어라! 그러면 너와 네 집이 부귀와 사치를 얻으리라.”며 탈선을 일삼으면서라도 돈을 섬기라고 유혹의 손길을 해댄다.

성경에 예수는 길 잃은 한 마리 양을 찾아 나섰다고 했는데, 사탄의 무리들이 아비규환을 이루는 세상에서 예수는 길 잃은 어린양을 찾아나서는 대신에, 나를 보고 찾아오라고 교회 첨탑(尖塔)의 십자가에서 붉은 피를 흘리는 것처럼 붉은빛을 흘리고 있다. 인간들의 광기는 극에 달해서, 이 세상을 구원하겠다고 메시아가 탄생한 날을 기화(奇貨)로 온갖 분탕질을 해댄다. 교회에서는 아기예수 탄생을 기념하는 마구간 모형에 오색전구를 밝혀놓으니, 유흥가에서는 이에 질세라 꼬마전구 및 오색전구로 불을 밝혀 사철 불야성을 이룬다.

사마리아 여인 같은 아내가 출근길에 말했다. 당신 오늘 성탄 판공성사(判功聖事) 보게끔, 다른 길로 빠지지 말고 늦지 않게 귀가하라고 당부했다. 당신 뜻대로 하리다. 성경에 나오는 롯의 가족이 소돔과 고모라를 탈출할 때 뒤를 돌아본다면 소금 기둥이 된다고 하지 않았소? 나는 오늘 앞만 보고 귀가함으로 절대로 소금 기둥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출근을 했다.

그런데 세상 이러한 낭패가 있는가 싶다. 아내가 일찍 귀가하라고 당부에 했는데, 직장 송년회를 오늘 저녁에 한단다. 아침에 아내에게 당부 받은 일 때문에 걱정인데,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몸은 벌써 양분화 현상이 일어났다. 머릿속은 아내의 당부 말 때문에 어지러운데, 뱃속은 이미 꼬르륵거리기 시작했고, 목구멍은 점점 말라 들어갔다.

으레 해보는 소리지만, 아내가 집에서 기다린다고 버티다가, 로마 병정에 끌려서 골고다 산을 오르는 예수처럼 나는 동료들에게 끌려 술집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술집에는 오색불빛이 명멸(明滅)했고, 음악소리는 천등소리 같았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실 때 입고 있던 옷을 로마 병정들이 나눠가졌다는데, 무대 위의 무희는 어느 불우이웃에게 옷을 나눠줬는지 전라(全裸)에 가까운 몸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무대 밑의 군상(群像)들의 춤추는 모습이, 순간순간 번쩍이는 강한 금속성 조명에 실루엣으로 보이는데, 무대 위의 무희에게 이 지옥에서 건져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 지하 술집에 갇힌 나의 처지가 하느님의 말씀 안 듣고 도망 다니다가 결국 고기뱃속에 갇힌 요나가 된 심정이었다. 아내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뒤에서 불러도 고개를 돌리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돌아서서 나오려는데, 몸은 이미 소금 기둥 대신에 술 기둥이 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주(主)여 내 잘못했나이다. 나를 용서하소서! 내 당신을 구하며 부르나이다. 主여! 主여! 主女! 酒女! 酒女!

[전국매일신문 기고] 유재철 김포시 통진읍 도사리 꽃씨맘씨농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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