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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원화의 기축통화 진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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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의 시선] 원화의 기축통화 진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가 되었다
  • 제주취재본부/ 양동익기자
  • 승인 2021.08.18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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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화폐는 사람 간 서비스를 포함한 필요한 재화를 원활하게 유통시키는 역할을 담당한다. 물물교환경제는 시공간의 제약을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인간의 필요에 의해 유용한 방법을 착안해 낸 것이 화폐경제이다. 화폐경제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수만년 전 인류문명의 태동과 함께한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는 인류의 집단생활과 동시에 생겨난 자연 파생적 산물이다. 신석기시대부터일수도 있고 구석기시대부터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화폐라는 것을 어려운 경제적 지식이 필요한 문제로 접근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자본주의는 화폐경제를 복잡한 수단으로 만들어 특정한 집단의 전유물로 이용하게 되는 우를 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처음 사람들은 자신이 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화폐로 사용하게 되었다. 금을 숭상했던 유목민족이 그렇고 금속이 귀한 시절에는 구리와 주석이 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상업의 발달은 서양이나 동양이나 거부가 된 상인이 종이에 쓴 약정서가 어음의 형태로 신용화폐 구실을 하기도 한다. 국가의 성립은 필요한 재화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화폐를 발행하여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그것은 국가운영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된다.

현대국가는 국가가 운영하는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발행한다. 단순한 종이 한 장이 그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국가의 경제구조와 국가신인도에 달려 있는 것이다. 지금도 빌게이츠 같은 사람이 그가 설립한 공익재단에서 자본의 재생산을 통해 화폐를 만들고 이를 세계의 모든 사람이 신용한다면 국가가 아닌 개인이 화폐를 유통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이제는 종이 한 장이 아닌 디지털 데이터 1 비트가 화폐를 대신하는 사회가 만들어 지고 있다. 전자화폐가 그것이다. 화폐의 가치기준은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일반화된 가치기준으로 지금까지는 국가의 신인도가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의 달러와 같은 화폐들이 국제 통용화폐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최근 재미있는 현상이 출현하였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출연이다. 국가 중심의 화폐경제에 새로운 도전이 되었다. 엄연히 지금도 화폐적 가치를 차지하고 필요한 재화와 교환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하고 있다.

실체도 없는 이러한 컴퓨터의 숫자놀음에 사람들은 왜 화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는 것일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간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지도 않는 금과 은으로 필요한 재화를 교환하였고 국가가 발행한 종이쪼가리 한 장에 가치를 부여하였다. 암호화폐란 것 또한 그것을 만들기 위한 그래픽카드와 전기료 외에는 그 가치를 부여하기 힘들고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한 장면처럼 한순간 종이조각으로 변해버릴 수 있는 신기루와 같은 현상에 인류는 열광하고 있다.

이유는 불록체인이 갖는 알고리즘과 보안에 있다. 혹자는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블록체인의 암호도 뚫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앙처리방식의 기존 방식을 넘어서 다자간 분산 데이터베이스의 하나로 P2P 네트워크를 활용하였다는 발상의 전환이다. 여기서 생산의 다른 말인 채굴을 통해 암호 화폐가 일정한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된다. 사람들은 이 새로운 창조물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종이와 물감으로 색칠한 그림을 예술로 인지하고 이에 대한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의 행위와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는 국가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시대적 요청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블록체인의 활용은 정치적 변화와도 연관되어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 금본위제하의 국내 금본위제도에서는 금화를 법정화폐로 통용하거나, 지폐를 일정한 비율로 금과 대신할 수 있다. 이 때 국가 간의 환율은 고정적이다. 1819년 영국에서 시작되었고 완전 금본위제도의 시행은 1870년대부터 1914년까지의 짧은 기간뿐이다. 그 뒤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환본위제가 훨씬 광범위하게 시행되었지만 1937년에 이르러서는 완전한 금본위제를 고수하는 나라는 없다. 1958년 유럽의 주요 국가들은 자국 통화를 금과 달러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게 되었다.

‘기축통화’라는 표현은 예일대학교 교수였던 벨기에의 경제학자 로베르 트리핀이 1960년대에 처음 사용했다. 그는 당시 기축통화로 미국의 달러화와 영국의 파운드화를 지목했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나라는 ‘시뇨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라는 특권을 누린다. 시뇨리지 효과란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실질가치에서 발행비용을 뺀 차익’을 뜻하는데 1만원권 1장에 비용이 1,000원이라 할 때 시뇨리지는 9000원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원화발행에 따른 시뇨리지 효과는 원화를 쓰는 국내에서만 국한된다. 하지만, 세계에서 사용되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발행하는 미국의 경우 세계를 대상으로 천문학적인 시뇨리지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기축통화 유동성은 주로 기축통화국의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공급된다. 곧 국제거래에서 기축 통화국에 들어온 돈보다 나간 돈이 더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달러화가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를 통해 세계 경제의 성장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영국이 중앙은행에 금을 보유하고, 그것을 파운드로 바꿔주는 금본위제도를 채택하면서 파운드가 기축통화 구실을 했다. 이때 영국의 파운드화는 세계 무역의 60%를 장악하였고 영국을 중심으로 한 금본위제도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종언을 고했다. 전쟁 비용을 마련하느라 각국이 돈을 너무 많이 찍어냈고, 은행이 보유한 금의 양으론 감당할 수 없이 많은 화폐를 찍어낸 영국도 결국 1914년 금본위제를 포기했다. 1931년에는 파운드화가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잃게 된다.

이후 1944년 미국을 포함한 세계 44개국 대표가 모여 ‘브레튼우즈’체제를 출범시켰다. 핵심내용은 금1온스당 35달러로 하고, 다른 주요 나라의 통화들은 미국 달러에 환율을 고정시킨 것이다. 미국은 당시 세계 금 보유고의 80%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와 미국의 국제수지 적자가 심화되면서 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베트남 전쟁으로 인한 미국의 막대한 전쟁비용 지출은 브레튼우즈 체제 붕괴를 가속화 시켰다. 결국 미국 정부의 막대한 부채와 재정적자를 감당할 능력이 없던 닉슨 대통령은 1971년 8월 달러와 금을 교환하는 달러를 중심으로 한 금본위제는 폐지됐다.

미국의 달러화는 여전히 세계시장의 기축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화가 다음과 같은 조건들을 갖추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통화가 기축통화가 되려면 국제 무역시장과 금융시장에서 원활히 유통될 수 있을 정도로 ‘유동성’이 풍부해야 하고 거래당사자들이 믿고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경제력은 물론 정치력·군사력까지 인정받는 국가의 통화가 기축통화로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기축통화의 핵심 요건인 ‘유동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갖추기가 어렵다. 1950년대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가 불거지자 국제수지 적자로 국제유동성 공급이 줄어들면 세계경제는 크게 위축되고 미국의 적자상태가 지속되면 미 달러화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다는 문제에 당면하기도 하였다.

현재 세계 2위의 경제규모,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고, 세계 최대의 수출국 등의 경제력을 보유한 중국이 새로운 기축 통화국으로 언급되고 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 따르면, 국제 결제에서 차지하는 통화의 비중은 2020년 5월 기준 미국 달러화 40.88%, 유로 32.91%, 영국 파운드 6.75%, 일본 엔화 3.53%, 스위스 프랑 1.88%, 중국 1.79% 로 나타났다.

원화가 기축통화의 하나로 등장한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화폐경제는 큰 전환점을 맞고 있고 디지털문명이 고도로 발전하여 새로운 가치의 화폐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달러 중심에서 새로운 화폐경제의 다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 전자화폐로의 전환과 암호화폐의 실질적 통용이 있다. 이미 우리는 지갑에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은지 오래며 중국에서는 거지마저 알리페이로 구걸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필수 소비재를 중심으로 경제체제가 돌아가던 농경사회나 유목사회를 지나고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되던 재생산사회를 다시 넘으니 인간에게 필요한 재화의 종류가 끝도 없을 만큼 새롭게 창조되어지고 있다. 낮 시간에 한강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빈둥거리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면 인간의 생산 활동이 필수소비재를 생산하는 활동에 한정시키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식한 생각이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풍요해지면 길거리에서 빈둥거리는 부랑자의 존재조차도 그를 돕는 봉사활동과 지원구조를 통해 새로운 재화를 생산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IT산업을 고도화시켜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기술의 실용적 극대화와 확대재생산 구조의 구축은 그러한 기술의 선순환에 대한 인문학적 판단에 달려 있다. 인류가 나아가는 방향을 인지하고 선순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선결조건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인류의 공영과 발전을 위해 우리나라가 선도적 역할을 무엇으로 어떻게 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우리의 원화가 세계 기축통화로 새롭게 진입하기 위하여 새롭게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양동익 제주취재본부장
waterwrap@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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