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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프로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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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프로파간다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08.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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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정치활동에서 선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홍보의 개념보다 더 강하게 인식되는 선전은 대중의 결집력과 전투력 등을 모으는데 좋은 수단이 되고 있다. 프로파간다(propaganda)라고 불리는 선전은 정치사상은 물론 종교 상업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독재국가와 전체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선전선동을 정책의 핵심으로 활용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나치와 무솔리니 스탈린 김일성 등 근현대에 이르러 독재자들이 사용한 프로파간다는 권력을 유지시켜주는 방법이었다. 선전선동 교육을 통한 정치사상적 프로파간다가 사회 대중에 침투해 민심을 자극하고 전투력 향상과 체제 확산 등의 역할을 했다. 일부는 조직적 결사체를 형성해 집단행동을 유발하는 등 합법과 비합법을 오가며 대중 선전선동에 집중하고 있다.

북한은 최근 김여정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을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는 말로 남한사회에 많은 혼란을 일으켰다. 김여정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한국의 정치권은 화답이라도 하듯 금방 요동을 쳤다. 당장 국회에서는 수십 명의 의원이 한미연합훈련 반대의견서를 작성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연기와 취소를 요구하는 의견이 봇물을 이루었다. 남북 통신선을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시하는 훈련이기 때문에 남북관계 복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한미연합훈련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돼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북한을 의식해 상당부문 축소한 채 몇 백 명만 참여하는 대대급 훈련이었다.

만약 김여정이 조용히 있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이렇게까지 혼란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북한 실력자의 말 한마디에 남한에서는 국회의원과 내로라하는 정치인 사회지도자 등이 나서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나타난 김여정의 마음은 매우 흐뭇했을 것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남한에서 확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김여정은 남북통신설이 개설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끊었다. 김여정은 앞으로도 남북문제에 대해 남한사회를 동요하는 메시지를 종종 던질 것이다.

북한의 권력구조는 당이 최고 권위에 있다. 김정은의 공식 직함은 조선로동당 위원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다. 김여정의 직함은 조선로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다. 우리정부의 차관 급에 해당된다.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에 속해 있는 선전선동부는 주체사상의 선전 선동과 교육 출판물 통제 등의 업무를 맡고 있으며 당 조직지도부와 함께 조선로동당의 핵심 부서이다. 우리나라 국정홍보처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대남문제까지 관여해 활동 폭이 상당히 넓은 편이다. 이번에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달콤한 맛을 본 김여정은 향후 김정은을 대신해 보다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대남 관련 발언을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국가를 대표하는 지도자와 권좌의 지근거리에 있는 사람들의 말은 상당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조직적으로 대중 선동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파간다도 있지만 임기응변식의 화법도 문제이다. 관련 분야에 대한 무지함과 지도자로서의 부적절한 언행, 표를 의식한 지나친 포퓰리즘 등은 국가 지도자의 자격이 될 수 없다.

현재 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공방은 예비검증이다. 예비검증에서 드러난 문제점이 본선까지 간다면 크게 이슈가 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예비검증 없이 본선에서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파장은 엄청나게 클 것이다. 수습 또한 쉽지 않은 게 본선 무대이다. 과거 대선에서 당내 검증과정이 미흡했던 이회창 후보는 본선에서 자녀병역 의혹으로 한방에 무너졌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후보는 9%대의 지지율을 보였고 이회창 후보는 53%대의 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노무현 후보의 승리였다. 때문에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토론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힘이 최근 대선주자 토론회를 두고 논란이 많다. 정책발표회 같은 방식으로 토론회를 피해간다면 국민들의 관심은 TV보다 저녁 밥상의 반찬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다. 치열한 공방을 통해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본선무대에 올라야 비로소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해방이후 우리나라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에서부터 조국근대화, 정의사회 구현, 보통사람들의 시대, 군정종식,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국정농단, 적폐청산 등 수많은 슬로건과 캐치프레이즈로 국민들의 공감을 샀다. 정권은 국민들의 아픔을 함축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권력을 유지해 왔다. 국민들은 프로파간다처럼 선전선동이 능한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아픔을 함께 하는 따뜻한 동행을 원한다. 남북한 갈등보다 더 갈등이 심한 좌우 진보보수 세대 남녀 등의 남남갈등을 봉합하고 미래를 위해 전 국민이 공감하는 대선주자들의 아름다운 행보를 기대해 본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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