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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지평선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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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지평선에 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0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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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지평선에 서다
               - 원유존 作

 
파도치는 바람이 모래산을 옮기고
비늘 물결을 그려놓았다
 
시간의 흔적마저 머물지 못하는 가시뿐인 땅
숨을 헐떡거리는 선인장
스콜의 물줄기와 야자수의 신기루가 어른거린다
 
모래언덕을 사이에 두고 갈라진 하늘과  땅
태초의 길을 걷기 위해 둔황을 지나는 상인들은
오아시스를 포기했다
 
등짐을 지고 지평선을 걷는
낙타의 거친 숨결은 적도의 바람
 
비쉬토를 걸치고 흰 구름터번을 두른 푸른 눈망울 속
나침판 위의 길은 멀기만 한데
 
가시 세운 전갈이
태양을 향해 독침을 꽂는 해거름의
붉은 노을 속에서
 
걸음을 멈춘 흰 뼈들이 사막 위에 
밤의 이정표를 세운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의 삶은 고난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빛난다. 
이것은 겉에 드러난 빛이 아닌 스스로가 이뤄냈다는 자광이다. 

남들에게 자랑하고 그 업적을 기록하여 후세에 남기기도 한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도 알지만 자아도취에 빠져 자기만이 세운 결과라고 자랑하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 사회에서도 그런 예는 많고 그것을 즐긴다. 

모험은 위험하지만 그만큼의 성취감은 크다. 
세계 최고봉을 오르고 가장 넓은 사하라사막을 홀로 건너 위대하다는 칭송을 받는다고 해도 그 성과는 남보다 먼저 자연을 겪었다는 사실 뿐이다. 

그래도 인류는 모험과 역경 속에서 발전해 왔고 먼저 간 사람이 없었다면 이뤄내지 못한다. 

원유존 시인도 그러한 장소에 가서 사람과 자연이 어떻게 함께하고 공존하는지를 몸소 겪었다. 
세계 지도를 보면 동화에서나 나오는 지명이나 도로명이 많다. 
샹그릴라, 엘도라도 같은 상상의 지명이 있고 그랜드캐니언, 옐로스톤과 같이 이름만 들어도 그 지역이 어떤 모습인지 연상할 수 있는 지명이 있다. 

그런 이름 중에서 가장 신비하게 느껴지는 이름은 동서양을 이어주는 실크로드다. 
실크로드로 명명된 근본 이유는 비단 위를 걷는다는 뜻이 아니라 이 길을 통해 동양의 비단이 서양으로 들어갔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크로드는 이름과 같이 안락한 비단길이 아닌 세계에서 가장 통과하기 어려운 고통의 길이다. 
둔황은 그래서 인류의 시작점이고 종착지다. 
하나 너무 험난하여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다. 
그런 곳에 가서 지평선 위에 선 원유존 시인은 무엇을 보고 왔을까. 

자연의 험난함을 그대로 그린 게 아니라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을 보았다. 
사막의 악조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인간의 위대함을 보았고 하늘과 땅이 하나로 합쳐지는 지평선에서 고난의 역사를 읽은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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