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화의 e글e글] 베트남이 중국을 다루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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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베트남이 중국을 다루는 지혜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0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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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도를 넘었다. 유감 표명을 넘어 거의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인과관계를 반대로 해석하기도 한다. ‘본말이 전도됐다’고 하자 오히려 이를 ‘적반하장이다’라고 윽박지른다. 덩치 큰 졸부(猝富)가 붉은 완장을 차고 갑질을 해대는 형국이다. 빨리 납작 엎드려 대국의 요구를 받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중국의 겁박에 주눅 들어선 안 된다. 주권국가로서 품위를 지니고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을 대하는 베트남의 태도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베트남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국가 중 중국과 두 번째로 교역이 많은 국가다. 그럼에도 중국이 베트남의 국익을 침해하려고 하면 베트남의 민·관·군은 이에 분연히 맞섰다. 미리 엎드리거나 알아서 기는 행위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연유로 중국과의 장군 멍군식 관계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1978년 12월,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해 친중국 성향의 폴포트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에 중국은 1979년 초, 10만명의 병력을 투입해 베트남을 침공했고 전세가 불리해지자 10만명을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중국은 졸전 끝에 2만명에 이르는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 베트남에서 철수했다. 소국이 대국을 이긴 것이다.

1988년 3월, 중국이 양국 사이에 영유권 다툼이 있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의 6개 섬을 점령했다. 이로 인해 5월에는 양측 해군 간에 교전이 발생했다. 그 결과 베트남 군함 3척이 침몰하고 베트남 해군 70여명이 사망했다. 열세의 해군력으로 인해 결과 예측이 가능함에도 베트남은 주권을 지키기 위해 교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1991년 양국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러나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은 지속됐다. 2011년 5월, 중국 측 순시선 3척이 베트남 중남부 나짱에서 동북쪽으로 120㎞ 떨어진 해상에서 베트남 석유·가스 탐사선의 해저 케이블 선을 끊었다. 이에 말싸움의 공방전이 곧바로 시위로 번졌다. 하노이 시내에서 반중시위가 벌어졌고 베트남 총리는 32년 만에 징병 관련 법안에 서명했다. 한 군부 인사는 “중국이 파라셀 제도를 점령하면 우리는 육로로 중국을 공격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아픈기억을 상기시킨것이다.

2014년 5월에는 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중국이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라셀 제도 인근에 10억달러짜리 석유시추 장비를 설치하자, 베트남이 초계함을 현장에 보내 철수를 요구했다. 작업을 방해하기 위해 30여척의 어선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시추장비 보호를 위해 파견된 중국 군함 3척과 80여척의 중국 어선과 충돌했다. 항공기와 헬기도 동원됐다.

10일 동안 지속된 충돌에서 베트남 경비대원 9명이 부상하고 선박 8척이 파손되자 베트남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사망자가 속출했고 중국인 소유의 수십개 공장이 잿더미로 변했다. 많은 중국인과 화교들이 베트남을 탈출했다.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중국은 7월 16일, 파라셀 제도 인근에 설치했던 석유 시추설비의 임무가 완료돼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이 정도 역사라면 서로 쳐다볼 것 같지도 않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2015년 4월에는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회담했고, 11월에는 중국의 시 주석이 답방 형식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다. 올해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중국과 가장 많은 교역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베트남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중국은 물론 한국에 비해서도 많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주권국가로서 기죽거나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대국을 대했다. 이런 연유로 중국은 베트남을 가벼이 보지 않는다. 작은 손실에 연연하면 큰 것을 잃게 마련이다. 베트남은 우리에게 어떻게 친구를 심부름꾼처럼 부리며 따돌리는 ‘빵 셔틀’의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를 가르쳐 주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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