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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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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목련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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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목련
              - 안기찬 作

둥지를 떠나 북악 기슭으로 날아간 
한 마리 새

침묵하는 시인의 정금正金같은
수레가 되기 위해
빈 몸으로 핀 꽃

함박눈 내리는 이른 아침 햇살 머금고
피어난 정념情念의 화신이여

서러움이 버거워
봄 산에 불쑥
비명으로 내려앉은 그리움이여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추상적인 사물과 개념 따위를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것을 상징(象徵)이라 한다. 

대표적으로 국기와 깃발과 표식, 또는 종교의식에서 불상, 십자가 등의 형상이 있고 정신적으로는 말씀과 믿음이 대표적인 상징으로 일상생활이나 의식행사에서 결코 빼놓지 못한다. 

사람을 한 곳으로 모으게 하는 유무상의 존재다. 
계절의 상징을 본다면 봄에는 벚꽃, 목련, 진달래 등이 있으며 여름에는 장미, 백합, 원추리가 있고 가을에는 코스모스, 국화 등이 상징으로 자리 잡아 계절을 말하지 않아도 목련 하면 봄을 떠올리게 된다. 

한마디로 상징은 의식의 한계를 벗어나 서로가 무의식으로도 약속된 정신적 표상이다. 

그중 목련은 대표적인 봄꽃으로 피고 지며 계절을 알려주고 화려한 자태로 동물은 사슴으로 사람에게는 여인의 기상으로 상징되어 존재가 뚜렷하다. 

안기찬 시인은 그 목련의 화려하고 숭고한 모습에서 한 여인을 떠올렸다. 
빈 가지에서 계절을 열고 그림자마저 하얗게 물들이며 핀 목련에서 가장 순수하고 숭고한 희생의 여인상을 읽었다. 
다듬고 다듬는 시인의 언어와 함박눈 맞은 듯 차갑게 갈앉은 침묵의 언어가 합쳐진 정념을 본 것이다. 

목련은 충절의 상징을 말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남쪽에서 피어도 북쪽(궁궐)을 바라보고 피어나 변치 않는 충성을 보여준다. 

그런 목련에서 억지로 내몰려 궁궐(나라)을 떠나야 했던 왕의 여인을 보았고 북악에 펼쳐진 그리움을 읽었다. 

북악은 권력의 상징이다. 

그 밑에 궁궐이 있고 지금도 모든 권력은 거기에 있다. 
그런 역사적인 권력의 중심에 있던 여인들뿐만 아니라 현시대의 불안에서 비운의 참혹함을 견뎌야 했던 어떤 여인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봄마다 피어나 우리의 시선을 높이에 맞춰놓고 한꺼번에 떨어져 휘날리는 목련에서 여러 가지의 상징적인 존재를 떠올리게 한 의연함이 돋보인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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