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집회 시위 소음과 함께 사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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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집회 시위 소음과 함께 사는 사회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0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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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성 부천원미경찰서 경비과장

지난 5월, 지방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밤 10시까지 계속된 집회 소음에 2백여명의 주민들이 항의하면서 집회 주최측과 충돌할 뻔한 상황이 연출 되었다. 

이렇듯 확성기 등의 소음으로 집회 주최측이 인근 주민이나 상인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는 빈번히 이어지고 있다.

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비단 집회시위 현장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층간소음 분쟁도 꾸준히 증가추세다.

이에 환경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서는 층간소음에 대한 상담 · 측정, 피해사례 조사 등을 통해 주민간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 유세에서의 확성기 소음제한 기준이 없는 ‘공직선거법’에 대해 기존의 ‘합헌’ 결정을 뒤집고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선거 후보자의 확성기 사용이 정온한 환경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렇듯 집회, 층간, 선거 소음의 문제는 각각 집회의 자유, 주거에서의 자유, 선거 운동의 자유 등 개인의 권리 행사가, 평온함을 방해받지 않고자 하는 타인의 권리와 충돌하는 영역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오래전부터 독일에선 ‘임밋시온(immission)’, 英美에선 ‘생활방해(nuisance)’라 하여, 개인이 배출하는 소음, 진동, 매연, 냄새 등이(불가량물, 不可量物)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리가 발달해 왔는데

우리 법도 이에 많은 영향을 받아, “수인한도(受忍限度)‘를 넘는 침해에 대해선 피해자에게 방해배제·예방, 손해배상 청구권 등 민사적 구제수단을 보장하거나 일정한 공법적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여기서 ‘수인한도’는 “참을 수 있을 정도” 또는 “용인할 수 있을 정도”라는 의미이며, 사회 공동체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사람들간의 권리 충돌을 조정하고 절충하는 기준이 된다.

한편, 과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불가량물로 취급되던 소음, 진동 등의 세기와 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되면서 법령에도 일정한 기준을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 할 수 있게 되었는데

소음진동관리법,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악취방지법 등 여러 법령에는 준수해야 할 소음(dB(A)), 진동(dB(V)), 냄새(ppm) 등의 기준들이 구체적인 수치로 규정되어 있고, 이는 ‘수인한도’를 넘어섰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지난해 집시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소음 기준 수치가 강화되었다.

집회시위 중 한 시간 동안, 3회 이상 일정 수치를 넘는 소음 발생을 금지하고, 주거지역, 학교, 병원 등 특별히 정온한 환경이 유지되어야 하는 장소에서는 주간, 야간 이외에 심야(00시∼익일 07시) 시간대의 기준 수치를 신설하였다.

이를 위반하여 주변에 피해를 주는 경우, 경찰은 기준 이하 소음 유지 명령, 확성기 사용 중지 명령 등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시민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집회, 층간, 선거 소음 문제에 대한 위와 같은 일련의 변화는 개인이 누리는 평온함의 중요성과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집회시위에서 자신의 의사를 유효·적절하게 표현하는 정도를 넘어, 타인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거나 목적을 관철하기 위해 남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확성기를 악용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다.

집시법이 시행된지 올해로 58년이 흘렀다. 이제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함께 사는 사회에 걸맞는 건전한 집회시위 문화를 정착시킬 때이다.

[전국매일신문 기고] 한기성 부천원미경찰서 경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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