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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별 임금 격차 조속한 대책 강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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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성별 임금 격차 조속한 대책 강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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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9.1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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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5년 이래 26년째 성별 임금 격차 꼴찌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가 2021년 3월 6일 발표한 ‘유리천장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의 남녀 임금(중위값) 격차는 32.5%로 OECD 임금 격차 평균인 12.8%의 2.5배에 달하고 있다. 임금 격차가 가장 적은 벨기에의 4.2%에 비해서는 무려 7.73 배나 높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임금 격차 개선 노력도 여전히 바닥권이라는 점이다. OECD 회원국들의 성별 임금 격차 추이를 분석해보면 한국은 1995년 44.2%에서 2019년 32.5%로 11.7%포인트 임금 격차가 줄어들어 25년에 걸쳐 26.47%의 향상률을 나타내 연평균향상률은 1.06%대에 불과하다.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향상률 33.9%보다 무려 7.43%포인트 낮은 향상률로 참으로 부끄러운 수치다. 임금 격차를 빠르게 줄여온 영국의 향상률 42.9%보다 16.43%포인트나 낮고, 한국의 바로 앞 순위인 일본의 향상률 36.7%보다 10.23%포인트나 더 낮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는 남녀 임금 격차의 주된 요인으로 ‘근속연수’ 격차를 꼽았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전체 상장기업의 남성 평균 근속연수는 12.2년인데 반하여 여성 평균 근속연수는 4년(32.6%)이나 적은 8.2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근속연수 격차가 32.6%로 임금 격차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전체 공공기관의 남성 평균 근속연수는 13.8년으로 여성 평균 근속연수 8.8년보다 5년이 더 길어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36.1%로 나타났다. 따라서 성별 근속연수 격차와 임금 격차와의 관계는 근속연수 격차가 클수록 임금 격차와 높은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임금 격차를 줄이려면 일하는 여성의 경력 단절 없는 고용유지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또한, 산업별 분석에서도 근속연수의 영향이 크다는 점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산업은 사업시설 관리·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48.5%)이었다. 이 산업에 종사하는 남성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가 8.6년, 여성 근로자의 근속연수는 3.9년으로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4.7년(54.7%)으로 가장 컸다. 반면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22.5%)과 전기·가스·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22.5%)은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비교적 작았다. 고용 형태 역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상장법인의 경우 여성 근로자 비중이 25.6%였는데, 이 가운데 비정규직인 기간제의 비중이 7.2%였다. 반면 남성 근로자 중 비정규직인 기간제는 5.4%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정규직의 급여는 비정규직인 기간제보다 높다.

특이한 사항은 남녀 근로자 모두 1인당 평균임금이 가장 높은 산업은 금융 및 보험업인데, 성별 임금 격차는 41.4%로 전체 성별 임금 격차인 35.9%보다 5.5%포인트나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금융 및 보험업의 경우, 성별 임금 격차와 상관관계가 있는 성별 근속연수 격차는 10.1%로 오히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나, 해당 업종의 경우 성별 근속연수 격차보다 낮은 여성 대표성 등이 성별 임금 격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 관리자 비중을 늘려 기업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높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여성의 임금이 남성보다 낮은 것은 관리자로 승진한 여성 비율이 낮은 데서 비롯된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8월 5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2,246개 상장법인의 성별 임원 중에서 여성의 임원 비율은 5.2%에 그쳤다. OECD 평균 비율인 25.6%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임원 형태별로 보면, 전체 등기임원 13,368명 중 여성은 648명(4.8%)이며, 미등기임원 18,637명 중 여성은 1,020명(5.5%)으로 나타났다. 등기임원을 사내?사외이사로 구분하면, 전체 사내이사 7,564명 중 여성은 348명(4.6%)이며, 사외이사 5,804명 중 여성은 300명(5.2%)이다.

이처럼 여성 고용 현실은 아직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부터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남녀 임금 격차와 임원 비율 등 10가지 지표를 가중평균해 결과를 직장 내 여성 차별 수준을 평가해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 기준 OECD 여성 임원 비율 평균은 25.6%, OECD 여성 고위관리직 비율 평균은 33.2%로 우리보다 여전히 높아 9년째 꼴찌를 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구체적 원인 파악이 선행되어야 하나, 현행 전자공시시스템상에는 기업별로 성별 근로자의 연간 급여총액과 1인 평균 급여액만을 공시하게 되어 있어 성별 임금 격차의 구체적 원인 등을 파악?분석하는데 한계가 있다. 기업의 성별 임금 격차 보고를 의무화한 영국이나, 성별을 이유로 한 일체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마련해 시행 중인 벨기에나 성별 임금 격차를 해소하지 않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프랑스, 남성 동료의 임금을 알 수 있도록 하는 ‘임금공개법’을 도입한 독일 등 선진 외국사례를 참고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대책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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