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하제별곡] 사전도 틀렸다니, ‘고발사주’의 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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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사전도 틀렸다니, ‘고발사주’의 언어학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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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요즘 시중에서 핫한 말이 ‘고발사주’다. 자주 쓰니 하나의 말(숙어)처럼 돼버렸다. 시중 얘기라 시중 말을 따라 뜨겁다는 뜻 영어(hot)를 써봤다.

사주(使嗾), 누군가를 부추겨 어떤 일을 하도록 시킨다는 뜻이다. 국어사전은 저 문자적 뜻에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을 시킨 것이라고 부정적인 뜻을 보탰다.

일상에서 늘 쓰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일까? 검찰총장을 지낸 이가 공석에서 빈정대는 말투로 “... 사주를 고발했다는 얘기인가 했다”고도 했다.

주(嗾)는 개의 입(口 구)에 먹이를 넣어주며 사냥을 시킨다던지 하는 뜻이다. ‘개를 부리는 소리’라는 뜻도 있다. 사(使)는 문법의 사역(使役)동사처럼 ‘시킨다’는 뜻.

고발사주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이를) 고발하도록 시켰다’란 뜻이다. 이 뜻풀이의 ‘남’과 ‘어떤 이’ 그리고 이 짓을 시킨 이는 저속한 현실정치판의 한 줄거리를 구성하는 주역들이다. 덩굴에 딸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이내 밝혀질 것이다.   

요즘 불량 언론 규제와 관련된 법률 시비가 또한 핫해서 그 빈정댐 속의 ‘사주(社主)를 고발했다.’는 말도 여느 때와 달리 들린다. ‘가짜뉴스’라고들 하는데, 그 본질은 대개 언론사 사주에게서 오는 것이다. 그가 의외의 중요한 문제를 지나는 말투처럼, 혹 의도적으로 꺼냈을까?

새 사자성어(四字成語)로 자리 잡는 것 같은 이 ‘고발사주’에는 뜻풀이 얘기 말고도 발음법에 관해 짚어야 할 대목이 있다. 한국어 낱말의 장음과 단음에 관한 주제다.

알다시피 소리가 같고 뜻이 다른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의 구분은 길고 짧은, 장단(長短)의 차이가 기준이다. 우리말에는 영어에 있는 강세(强勢·악센트)나 고저(高低·인토네이션)가 없다.

고발사주 드라마에 등장하는 정치가와 법조인, 그리고 보도 기자들의 상당수가 ‘고발을 사주했다.’의 사주(使嗾)를 [사주]로 짧게 발음한다. 이 말은 길게 [사:주]로 소리 내야 한다. 사람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의 네 간지(干支) 사주(四柱)도 장음 [사:주]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 인터뷰에서 ‘사주를 고발했다는 얘기인가 했다’ 말할 때 사주(社主)를 [사주]로 짧게 발음했다. 이 말도 [사:주]로 길게 발음해야 한다. 이 使嗾 四柱 社主를 단음 [사주]로 소리 내면 이는 발음상으로 뱀술 사주(蛇酒)[사주]가 돼버린다.

그런데 국립국어원의 국어사전에 의하면 사주(社主)의 社는 단음이다. 사회(社會)를 [사:회]로 길게 읽는 습관이나 장단음의 기준에 맞지 않다. 사전은 社會의 社 역시 단음이라 풀었다.

이런 사례 적지 않다. 사전이 틀렸다는 얘기다. 우리 한국어의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이런 지적 나오면서 입시 등의 국어시험에서 장단음 구분에 관한 문제가 사라지고 있다. 

평(平) 상(上) 거(去) 입(入)의 한자 사성(四聲) 구분에서 社主의 社는 사주(使嗾)의 使처럼 상성이다. 사주(四柱)의 四는 거성이다. 상성과 거성은 우리말에서 길게 소리 낸다.

뱀술 사주(蛇酒)의 蛇는 평성이다. 평성과 입성은 짧게 소리낸다. 충실한 한자사전에는 이 四聲 표시가 있다. 이는 현대중국어의 1~4성과는 다르다.

차이를 명확히 하는 것, 언어(학)의 기본이다. 세상사에서도 중요하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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