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열의 窓] 추석 단상-시대별로 살펴본 추석선물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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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추석 단상-시대별로 살펴본 추석선물의 변화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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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추석(秋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이다. 추석을 명절로 삼은 것은 이미 삼국시대 초기부터이다. 추석 글자를 보면 가을저녁의 가을달빛이 가장 좋은 밤으로 유난히 밝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며 또한 팔월의 한가운데 날이다.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풍년을 기원하는 것이다. 여름 농사일은 끝냈고 가을 추수라는 큰일을 앞두고 날씨도 좋은 때라 성묘도 하고 놀면서 즐기는 으뜸 명절이다.

추석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선물이다. 우리 민족은 추석에 선물을 돌리는 아름다운 미풍양속(美風良俗)을 갖고 있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민족공동체 정신이다. 1950년대는 6․25 전쟁 직후로 너무 가난해 극소수 계층만 쌀, 고추, 달걀, 돼지고기 등을 주곤 했는데 생계가 힘들어 선물의 개념이 없었다.

1960~1970년대 추석 선물로는 생필품인 세탁비누, 설탕, 조미료, 식용유, 과자종합선물세트, 청자담배, 여성 스타킹이 인기가 있었다. 특히 설탕은 추석 선물의 지존(至尊)이었다. 이웃 간에 송편을 빚어 나눠 먹는 것도 추석선물이었다. 1970년대 중반에 선풍적으로 등장한 화장품세트는 5,000원 정도로 갈비세트 가격과 같았다. 그때부터 여성들이 화장품에 눈길을 주고 할부 구매도 성행하게 됐다. 1980년대는 고도경제성장과 산업화로 대형백화점과 쇼핑몰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대중 소비사회로 들어서며 넥타이, 와이셔츠, 양말 등 생활용품, 통조림, 참치 세트와 스팸 등 다양하고 실용적인 종합선물세트가 봇물을 이뤘다.

1990년대는 만 불 시대 진입으로 생활이 윤택해져 고급화된 샴푸, 다이알 세숫비누, 치약, 지갑․벨트세트와 식용유, 그리고 지방자치제 시행과 더불어 과일 및 정육세트, 인삼, 꿀, 영지버섯, 송이버섯 등 지역 농특산물이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저가형 선물과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양주와 영광굴비 등 양극화가 현상이 두드러지게 노출되며 거액의 현금을 주고받는 뇌물성 선물까지 빈번히 생겨났다. 도서상품권과 백화점 상품권도 인기를 모았다.

2000년대부터는 건강을 중시하면서 다양한 웰빙식품이 추석 선물시장을 석권했다. 홍삼이나 올리브유, 치즈, 유명와인 등 세계적 진미상품(珍味商品)이 인기를 독차지했다. 고가의 과일류 세트와 굴비, 전복, 은갈치 등 수산물, 한우갈비 세트도 고급 패키지화되면서 꾸준히 증가했다. 스마트 시대로 전환되면서 부모, 형제자매 간에 핸드폰 선물도 성시를 이뤘다.

2016년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의 선물주고받기 문화도 변화를 맞았다. 비싼 상품보다는 저렴한 상품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장기간 경제침체로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쌀과 송편선물세트 등이 늘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는 선물 문화에도 변화를 가져다 줬는데 이른바 인터넷으로 선물하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머무르는 생활에 지친 이들이 온라인으로 외부와 연결하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인터넷쇼핑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올 추석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재확산을 우려해 올해도 고향과 친지 방문을 자제하고 영상으로 안부를 전하는 이른바 랜선(LAN線) 추석인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당분간은 옛날과 같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고 친지를 방문하는 추석명절 풍경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시대별로 추석 선물의 변화를 살펴봤다. 선물 품목의 변화는 있었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조상과 부모의 은혜는 물론 이웃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지친 올해는 서로를 위로하는 조그만 선물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

받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주는 사람의 감사한 마음이 듬뿍 담긴 추석 선물로 필자는 늘 우리 농축수산물을 추천한다. 한해의 농사를 마무리한다는 의미도 담긴 데다 건강에도 좋고 더구나 우리 농어촌까지 도움을 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추석 선물은 없을 것 같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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