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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다리가 튼튼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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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다리가 튼튼해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1.09.2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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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산山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전에는 눈보라치는 극지의 산을 오르내리고 정복하려는 살풍경한 상황을 보여 주었지만 요즘은, 바위에 앉아 흘러가는 구름 아래 먼 곳을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그림을 보여 준다. 광고 종사자는 시대의 흐름을 누구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사람들이다. 이제 산은 도전과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힐링healing’과 ‘테라피therapy’라는 생각이 대세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선仙’이란 글자가 있다. 그런데 이 글자는 사람 인人자와 뫼 산山자를 합한 것이다. 고로 사람이 산에 들어가면 신선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쉴 휴休자도 있다. 사람 인人에 나무 목木, 결국 산은 우리들의 쉴 곳이다, 그 쉼은 도인의 경지라고 하니 산행에는 놀라운 비밀이 들어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오늘이라도 당장 신선이 될 수 있다. 배낭을 꾸려 내일 산에 가면 된다. 이름 하여 입산入山이다.

인류사적으로 볼 때 현대인은 역대 어느 인류보다 걷지 않는 인류라고 할 수 있다. 집, 학교, 직장 등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고 밖으로 이동할 때도 걸어서 가기보다 차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대인의 일상이다. 현대인이 겪고 있는 육체적·정신적 문제도 따지고 보면 문명화와 더불어 초래된 걷기의 감소나 부족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현대인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제를 예방하거나 해소하는 데 걷기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겠다.

필자는 최근 걷기의 효과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 주변 등산로를 걸으며 깨달은 걷기의 유익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다채로웠다. 첫째, 걷기는 몸에 이로웠다. 걷기를 통한 전신 운동의 유익이 일차적·직접적으로 느껴졌다. 가파른 경사로를 오를 때 숨이 턱에 차도록 호흡이 가쁘기도 했고 끝도 없이 펼쳐진 계단을 걷는 동안 두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 모든 부담과 고통을 견디며 걷다 보니 어느새 신체 단련과 활력 충전의 효과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둘째, 걷기는 마음에도 이로웠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시야와 조망을 넓혀 세상과 현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고 다각적인 견지와 객관적인 관점을 3차원 현장에서 통찰할 수 있었다. 걷기는 생각을 정리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밀폐된 곳에서 생각에 몰두할 때는 걱정과 염려로 이어지곤 했는데 걸으며 하는 생각은 생산적인 고민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걷기는 성취감을 가져왔다. 시간 탓, 날씨 탓, 체력 탓을 하지 않고 걷기를 실천하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은 끝에 뿌듯한 마음을 보상받았다.

셋째, 걷기는 삶을 풍성하고 풍요롭게 하는 추억이 되었다. 걸으면서 하게 된 어제에 대한 회상으로 오늘의 시간이 아름답게 물든 특별한 순간이었다. 걷기 역시 또 다른 시간과 공간에 새로운 기억을 새긴 행보였고 훗날 추억으로 기념하게 될 발걸음의 축적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사람에게 두 다리는 몸을 움직이는 운송수단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운동을 시켜야 하는 하나의 기관으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마음 놓고 서너 시간을 걸어 본 적이 언제인가? 가까운 곳이라도 덥고 춥다는 이유로 아니면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핑계 삼아 더 편한 방법으로 이동하고 있지 않은가?

걷기가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말은 이제 두말하면 잔소리로 들린다. 규칙적인 걷기는 비만 위험을 낮출 뿐만 아니라 8대 암과 심장병·뇌졸중·치매·당뇨병 등 각종 질환의 발병 위험과 사망 위험을 낮춘다고 하니 가히 만병통치약이라고 불릴 만 한다. 또한, 걷기는 우울증 위험을 감소시키고 수면의 질을 높여 주는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하체를 건강하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헬스클럽에서 근력운동을 한다거나 자전거 타기, 걷기 같은 것들이다. 헬스클럽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전문기구의 도움을 받아 근육을 단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정 시간과 일정 금액을 반드시 할애해야 한다. 자전거 타기 또한 자전거가 있어야 하고 자전거를 안전하게 타기 위한 보호 장비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의외로 날씨의 제한을 많이 받는 운동이다.

반면에 돈도 거의 안 들이고 시간 구애도 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따로 배울 필요조차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하체 근육단련법은 ‘걷기’다. 운동화 하나와 손수건 그리고 물병 정도면 준비는 끝이다. 날씨도 큰 영향이 없다. 비가 오면 비옷이나 우산 하나면 되고 눈이 오면 장갑과 모자면 족하다. 걷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방법들이 소개되고 어떤 것이 더 낫다는 식의 책들도 많지만 따지고 보면 따로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걷는다는 것은 우리가 태어나서 1년 안에 스스로 배운 운동이었다. 인간은 태어나서 1년 정도 되면 걸음마를 배우니 지금 나이가 육십이라면 거의 육십 년은 연습해온 셈이다. 거의 지금의 나이에 같이 연습해온 신체활동이니 몸에 무리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내 몸 상태에 따라 운동량 조절까지 가능하다.

끝으로, 걷기는 잇따른 감사를 불러왔다. 걸을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가진 것도 감사하고, 걸음을 옮기게 한 물리적·환경적 여건과 심리적·정서적 여유가 있었던 것도 감사하며, 걷기의 이로움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다. 닫힌 공간에서 일에 묻혀 있던 필자에게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보게 하고 걷기를 독려한 주변 지인들의 때맞춘 제안도 감사하고, 걷기의 유익을 칼럼을 통해 독자들과 나누게 된 것도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걷기, 유행가 가사처럼 나그네 ‘설움’이 아닌 나그네 ‘축복’이다. 등산은 산 자체를 오르는 데 목적을 두지만, 입산은 어머님의 품 같은 산으로 들어가고 그 속에서 위안을 얻으며 힐링하는 것이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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