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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모르면 당한다. 언어가 장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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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하제별곡] 모르면 당한다. 언어가 장벽이 된다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2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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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울부짖으며 살을 자르고 뼈를 내리친다. 피가 튄다. 고대 중원(中原)을 무대로 한 전쟁소설 같다. 판타지문학의 한 장면인가.

젊은 장수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결단을 휘하에 막 내리려는 참이다. 강호(江湖)의 고수(高手)들은 이를 보며 “이대도강(李代桃僵)이로고” “마속(馬謖)을 아끼다 소탐대실하리니, 읍참(泣斬)이 지당하리” 따위 평론 내놓는다. 울며 마속을 벤다는 읍참마속이다. 

공존이고 양심이고 도리고 정의고 나발이고 다 내려놓고 ‘크게 벌자’는 대유(大有)의 일념으로 오로지했다. 귀한 아버지 모신 한 능력자는 퇴직하며 50억 챙기고 또 한 이는 아파트 분양도 받았단다. 이는 다만 빙산일각(氷山一角)에 불과한 터라 한다. 대개 식자층(識者層)이다. 

세상 동력이었던 저 자본주의로 이제 우리 삶을 어찌 건사하랴. ‘돈 놓고 돈 먹기’에는 군중(群衆)인 루저(loser·패배자)들의 희생이 필수다. 원래 구미(유럽과 미국)의 산업자본은 거대한 노예집단 때문에 가능했다. 노예 대신 뼈골 빠지는 자본의 식민지 우리 시민들, 허망하다.

곽상도 씨를 향한 이준석 국민의 힘 대표의 시선은 매섭다. 유권자를 우섭게 보지 말잔다. 관성(慣性)의 틀을 깨고 있다. 송영길 대표의 민주당도 얼른 잠을 깨지 않으면 거세고 탁한 저 소용돌이를 헤어날 수 없으리.

그 와중(渦中)에도 싸우다 닮는다고 구악(舊惡)과 신악(新惡)이 거의 한 가지 됐나. 정치가 이룰 게 무엇인가? 공부는 왜 했지. 처음에도 저런 마음이었을까?   

제 것 주고 뺨 맞는 현대 정치를 뒤집지 않으면 여태까지처럼 노예의 틀 벗어날 수 없음을 이제 군중은 안다. 그들의 새 이름이 ‘시민’이다. ‘촛불시민’의 그 시민 말이다. 갈수록 더 독한 시민이 되고 있다. 정치가 그렇게 만들었다. 전쟁의 새 양상인 것이다.  

그런데 정치는 새 집 지으라 했더니 헌 벽지 위에 종이 덧바르고 수도꼭지 갈아 끼워 ‘이것이 개혁이다’ 외친다. 정의당이니 기본소득당이니 하는 주먹 불끈 쥐었던 젊은 세력들도 여의도 귀족 배지 옷에 달고는 벽지 품질이나 수도꼭지가 명품인지 아닌지만 따지는 것인가.

이대도강은 오나라 손무(孫武)의 손자병법 36개 계(計) 중 하나다. 자두나무(李)가 복숭아나무(桃)를 대신(代身)해 벌레들에 갉아 먹혀 넘어진다(僵)는 얘기, 제 살(肉) 베어주고(斬) 상대의 뼈를(骨) 자른다는(斷) 육참골단은 이 꾀의 구체적 전략이다. 작은 피해로 큰 전과를 취하는... 

하늘 속이고 바다 건넌다는 만천과해(瞞天過海)가 손자병법 제1계다. 31계는 미인계(美人計), 마지막 36계가 줄행랑 즉 도망이 최고라는 주위상책(走爲上策)이다.  

문자(文字) 즉 한자의 순열(順列)과 조합(組合)은 이미 고대에 만사(萬事)와 문물(文物)을 그려 두었다. 지성사(知性史)의 ‘오래된 미래’라고나 할까? 말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나 개념의 전개 또는 차용(借用·빌려 씀)은 번화(繁華)하여 즐길 만하다.

정치나 언론, 기업들은 저렇게 손자병법을 써먹는데 시민들 맞짱 뜰 수 있을까? 대유는 주역(周易)의 용어다. 글 읽고 말 듣고서 그 의도를 속뜻까지 제대로 아는, 문해력(文解力)에 관한 걱정이 국가의 거대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바로 시민 자신의 문제다. 모르면 속는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강상헌 문명비평가·우리글진흥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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