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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녹음 첩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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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녹음 첩첩.2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09.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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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녹음 첩첩.2
             - 안혜초 作
 
꽃 한 번 아름다이
피워내지 못하면서
열매 한 번 탐스러이
맺어보지 못하면서
잎새만큼은 제철 맞아
푸르러이 푸르러이
그래도 그 분께
감사드려야 한다고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한 거라고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나
후려치는
비바람 속에서나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감사하라 만사에 감사하라. 
이 말씀은 성경의 구절이 아니라도 사람의 기본 삶 속에 절실히 요구되는 단어다. 

감사함을 모른다면 자신의 삶이 어디에 있는지 구별하지 못하여 행복과 불행을 느끼지 못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가 되어 사람다운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자연에 감사하고 이웃에 감사하고 알고 있거나 모르는 사람들 심지어 원수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철학은 고대로 부터 내려온 격언이다. 

자연을 보자. 
지구상의 식물 중 90%는 꽃을 피워 번식한다. 
꽃을 피울 수 없는 환경 속에서는 뿌리와 가지로 번식하며 종을 유지한다. 

다만 우리가 너무 작은 꽃이라 알아보지 못하고 기간이 너무 빨라 미처 보지 못할 뿐이다. 

사람의 삶도 이와 마찬가지로 무리 속에서 우뚝 솟아 다른 사람보다 훨씬 크고 그만큼 얻는 것도 많아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으스댄다. 

반대로 피 흘리며 노력하지만 솟구치지 못하고 얻는 것이 적어 어디에서나 보이지 않는 존재로 타인의 무시를 받는다. 

이러한 현상에서 자연과 사람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바로 감사함을 아는 것이다. 

안혜초 시인은 이것을 발견하여 지적한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지 못하고 열매 한 번 탐스러이 맺지 못해도 철마다 왕성한 푸르름을 일궈 하늘에 감사하는 식물의 생태에서 은혜에 보답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나 후려치는 비바람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삶을 꾸리고 모자라지만 삶을 준 그 분께 진심어린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보았다. 

결국 삶은 감사함을 아는 것으로 시작되어 그것을 잊었을 때는 구렁텅이 빠진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참으로 고운 심성을 가진 시인의 눈에 감사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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