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
- 배정규 作
말에 마디가 있는 것은
한 박자 쉬고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다
대나무 장대로 쓰이는 것은
곧고 길어서 뿐만이 아니고
빈 공간과 마디가 있어 부러지지 않기 때문
가는 길 마디가 있는 것은
마디마디 걸터앉아
쉬엄쉬엄 뒤돌아보고 반추하며
올바른 길인지 한 번 더 생각하라고
있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나무에 마디가 있는 것은 성장의 증표
사람에게도 성장의 마디는 필요한 것
[시인 이오장 시평]
급할수록 한 걸음 쉬라는 말이 있다.
다급할 때 발밑만 바라보고 뛴다면 위험한 것을 보지 못하여 더 큰 함정에 빠진다는 것을 경고하는 격언이다.
또한 말 많은 자 말로 망하고 말 빠른 자 제 말에 망한다는 말도 있어 서둘러 행하는 데는 반드시 위험이 따른다는 경고다.
사람에게는 앞뒤를 조절하는 의지력이 잠재되어 있어 어떤 행동에 앞서 잠시 재어보게 되는데 그것은 한가할 때 일이고 대부분 무슨 일을 당하면 앞뒤를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게 되는 것이 다반사다.
그것을 이용하여 위험을 조작 속임수로 사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의 일중에 경중만 따져서는 안 되는 일이 허다하여 누구나 혼란을 겪는다.
급하면 급한대로 따르면 되고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행하면 되는 것이지만 이것을 어떻게 구별하여 대처하는 가는 각자가 다르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여유가 있는데 자기만 급하게 서두르기 때문이고 이것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작은 수에 불과하다.
역시나 삶은 어렵다.
그래서 고금을 통하여 많은 가르침이 있었으나 사람의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배정규 시인의 마디를 읽어보면 어느 정도 대처가 되지 않을까.
말에 마디를 둬 한 박자 쉬게 하고, 대나무가 장대로 쓰이는 것은 길기만 하여 그런 게 아니라 빈 공간과 마디가 있어 사용하는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는 것이며, 가는 길에 마디가 있는 것은 쉬어가며 잠시의 여유를 가지라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말에 누가 공감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나무에 마디가 있는 건 성장의 증표로 철 들지 않은 사람에게 연륜의 뜻을 전하여 경중을 가리게 하는 지혜를 준다는 말에 누가 의문을 품겠는가.
한 편의 작품을 쓰기까지는 삶의 여분이 필요하고 그만큼의 체험이 있어야 한다는 교훈적인 작품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