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화의 e글e글] 어사 박문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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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의 e글e글] 어사 박문수 이야기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1.10.1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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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어사(御史) 박문수(朴文秀)는 그 부모가 결혼을 한 후 오랫동안 아이가 없자 한 스님의 말씀을 듣고 많은 선행과 스님들께 지극정성으로 공양을 올린 후 낳은 아들이다. 부부는 1000일 기한을 정하여 선행을 베풀고 3년 동안 스님들께 음식공양을 올리기로 결심하고 장날마다 장터에 나온 스님을 집으로 모셔다가 극진하게 식사를 대접해 올렸다.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낳은 아이라 하여  '문수'라는 이름을 지었으나 성인(聖人)의 이름을 그대로 쓸 수가 없어 뒤 글자를 '빼어날 수(秀)'자로 하였다고 한다.

1723년(경종 3년) 33세의 늦은 나이에 박문수는 또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난다. 박문수는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한양으로 가는 과거길에 안성(安城) 칠장사(七長寺)에 들러 기도를 드리며 하루를 지내게 되었다.

그날 밤 꿈에 한양과거 길을 재촉하며 고개길을 올라가다 숨이 차고 힘이 들어 잠시 나무그늘 밑에서 쉬어가기로 하고 자리를 잡는 순간 반대 방향에서 고개 길을 내려오던 한 선비를 만나 함께 쉬게 되었다.

두 선비는 자연스럽게 과거 이야기로 대화가 옮겨갔다. 아랫마을에 살고 있다는 그는 과거시험이  며칠 전에 이미 끝났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듣던 박문수는 펄쩍 뛰며 무슨 소리냐고 따졌지만 그는 소상하게 설명을 했다.

이야긴 즉 시험당일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시험을 치르지를 못 하고 있다가  저녁 무렵 일몰 직전 비가 그쳤는데 시험을 미룰 수가 없어 곧 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시제는 "낙조(落照)"였다며, 장원급제(壯元及第)를 한 시(詩) 까지 읊어 보이는 것이 아닌가? 선비가 알려준 장원급제 시는 다음과 같았다.

落照吐紅掛碧山(낙조토홍괘벽산)
떨어져 비치는 것이 붉은 것을 토해 푸른산에 걸려 있고,

寒鴉尺盡白雲間(한아척진백운간)
차가운 까마귀는 흰 구름 사이로 하늘에 닿을듯 하네.

問津行客鞭應急(문진행객편응급)
나루를 묻는 나그네의 채찍은 마땅히 급하고,

尋寺歸僧杖不閑(심사귀승장불한)
절을 찾아 돌아가는 스님은 지팡이가 한가롭지 않네.

放牧原頭牛帶影(방목원두우대영)
방목하여 먹이는 초원의 언덕에 소 그림자가 드리우고,

望夫臺上妾低?(망부대상첩저환)
댓돌위에서 서방을 기다리는 아낙의 머리굽이가 낮더라.

蒼煙枯木溪南里(창연고목계남리)
저녁 짓는 시내남쪽 마을에는 푸른 연기가 서려 있고,

여기 까지 이야기 하던 그 선비는 마지막의 한 구절을 잊어버려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며 무척 아쉬워 할 때 박문수가 잠을 깼다.

잠에서 깨어난 박문수는 이튿날 날이 밝는 대로 한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어찌되었던 한양으로 가 과거시험에 대한 자초지종을 알고 싶었다.

한양에 도착 한 후 확인을 해 보니 과거일은 아직 3일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자고나니 과거시험날 인데 장대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그칠 줄 모르고 온 종일 내리던 비가 저녁 무렵에 뚝 거치니 예정대로 시험은 진행 되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시제가 꿈에서 본 것과 같은 '낙조(落照)'였다. 박문수(朴文秀)는 꿈에서 선비가 일러 준대로 막힘없이 시를 써내려 갔다. 그리고 꿈에 선비가 알려 주지 않았던 마지막 한 구절은 다음과 같이 채웠다.

短髮樵童弄笛還(단발초동농적환)
떡거머리 초동이 풀피리를 불며 돌아오네 라고 썼다.

시험관들은 이 시는 사람이 지은 시가 아닌 듯한데, 마지막 구절만 사람이 지은 것 같다며 앞 구절들은 모두가 비애가 깃들어 있는 시라면 마지막 종장에 환이 희망적이며 생동감을 주는 것은 물론 이거니와 이 시는 필유곡절 생각되어 박문수의 시를 장원급제 시로 뽑게 되었다고 한다. 

이 시는 박문수가 과거볼 때 제출하여 장원급제를 한 시로서 칠장사(七長寺)에서 꿈속에 부처님의 계시를 받은 시(詩)라는 뜻에서 '몽중등과시'(夢中登科詩)라고도 한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윤병화 성남미래정책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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