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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운주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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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운주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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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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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운주사 와불. [이미지투데이 제공]
운주사 와불. [이미지투데이 제공]

운주사에서
      - 정유준 作

정말, 좋은 날 올 수 있을까
시인은 밥이 되는 시를 쓰고
사람들은 즐겨 그 시를 노래하고
무릇 꽃처럼 피는
그런 날 올 수 있다면
운주사 와불, 천년만년
그때까지 누워 있어도 좋으리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사찰의 부처상은 누구인가. 
인류의 스승인 석가모니를 그리기 위한 형상이다. 

사람들은 삶의 모든 것을 부처의 가르침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며 부처와 닮은 삶을 원한다. 

부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설파하여 중생의 탐욕과 번뇌를 해소하려는 가르침으로 한 생을 살다 갔지만 영원한 스승으로 성인이라 불린다. 

후대의 사람들은 그러한 부처를 따라가기 위하여 돌이나 흙, 철과 동으로 형상을 마들어 모시고 참배한다. 

진짜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형상을 만들어 말씀과 행동을 배우려는 것이다. 

그래서 부처상에 절하고 소원을 비는 행위는 우상숭배가 아닌 부처같이 깨달아 사람답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의식이다. 

형상이지만 사실적 존재인 부처상은 나약한 인간의 안식이 되어주고 자신감을 갖게 한다. 

정유준 시인은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시인이다. 
운주사 와불상 앞에서 자신의 소원을 비는 게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시인들이 갖는 소원을 기도한다. 

시는 삶의 모습을 비춰내는 거울이다. 
따라서 모든 시는 사람의 삶을 우려낸 모습이다. 
하여 읽는 사람은 모두 시인에게 동화되어 희로애락을 공유하며 열광해야 맞다. 

어떤 시인이든 간에 그 모습을 상상하며 시를 쓰고 시집으로 묶어 독자를 만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시를 쓰는 전업시인은 존재하지 않는 참담한 현실이 많은 시인들을 낙담하게 하고 있다. 
시를 팔아 밥을 먹을 수 없고 칭송받지도 못하는 비애를 어느 시인이 비껴갈 수 있는가. 

그래서 기도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은 부처의 가르침에 있지만 시가 삶의 모습을 비춰내는 존재인 만큼 시에도 부처의 깨우침이 있다. 

시인은 말한다. 
시인이 바라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다면 부처가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고, 반드시 그런 날은 온다고..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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