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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미국 로컬푸드 운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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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의 窓] 미국 로컬푸드 운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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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10.1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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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1929년 미국은 대공황(大恐慌)이 시작되었다. 이때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 급락에도 불구하고 소득을 올리기 위해 생산을 늘렸다. 이는 다시 가격 하락을 가져왔다. 농민들이 생산을 늘리면 늘릴수록 농산물 가격은 생산 증가 비율보다 더 급격하게 폭락했고 농가 소득은 더 떨어졌다.

이렇게 농산물이 팔리지 않자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내다 파는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과 소비자와 계약재배하는 공동체지원농업(CSA;Community Supported Agriculture)이 주목을 받게 됐다. 파머스마켓은 캘리포니아주가 주도해 지금은 미국 전역에 확대됐다. LA의 ‘길모어 파머스마켓’과 샌프란시스코의 ‘페리플라자 파머스마켓’이 대표적인 명품 전통시장으로 꼽힌다. 이들 농산물 직거래 시장은 농장에서 재배된 신선한 청과물과 식품을 눈으로 보고, 혀로 맛보고, 농산물과 농업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공동체지원농업(CSA)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소비자는 신선한 유기농 농산물을 매주 싼값에 공급받는다. 생산자는 연간 공급 계약으로 안정적 판로를 보장받는 정책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르는 대형마트 상품보다 생산과 유통 이력을 알 수 있는 ‘지역의 얼굴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 이런 소비 성향과 판매방식의 변화를 포착해 2000년대 초반 안전생산과 신선유통 조직을 체계화하면서 로컬푸드 개념이 정립됐다. 본격적 시작은 2005년 분자생물학자인 셰릴 네커먼이 뉴욕주에서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을 주창하면서 비롯됐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고기와 채소가 더 신선하고 안전하며 수천Km나 떨어진 곳으로 먹을 것을 수송하는 데 쓰이는 연료 문제는 환경문제를 야기 시킨다는 것이다.

2009년 미셸 오바마는 ‘백악텃밭 프로젝트’을 전개해 백악관 뒤뜰을 텃밭으로 바꾸어 학생들과 텃밭을 가꾸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정기적으로 인근의 초등학생들을 초청 친환경농법으로 농작물을 재배하여 판매된 금액은 전액 기부했다. 또 소아비만과 저소득층 아이들의 영양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급식으로 신선한 과일과 채소 섭취를 증대하고 식생활 교육을 하자는 공공건강캠페인 ‘렛츠 무비(Let's Move)’운동을 주도했다.

2009년 미국 농무부에서는 ‘농부를 알고, 먹거리를 알자(know your Farmer, Know your Food)’라는 종합적인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도시민과 농부의 직거래를 유도하고, 로컬푸드의 판매촉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점을 두는 내용이다. 시민들에게 공공영역에서 지속가능한 농업을 보여주기 위해 농무부 앞 정원을 텃밭으로 바꾼 ‘국민텃밭 프로젝트’도 전개해 미국 전역에 확대시켰다.

아울러 학교급식을 지역농업과 연결해 학생들에게는 안전한 먹거리를, 지역농업인에겐 판로 확대의 기회를 제공하는 ‘팜 스쿨(Farm To School)’운동을 전개했다. 팜 스쿨은 농업인의 판로부족에 따른 애로와 아동 비만문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유명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배경이 됐던 델라웨어주 명문 앤드류고등학교에서는 ‘정원에서 채소 키우기’ 특별 활동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학생들은 직접 무농약법으로 시금치, 당근 등 채소를 키운다. 아이오와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풀만 먹여 소와 양을 키우고 칠면조를 방목시켜 호르몬제로부터 자유로운 고기를 사육한다. 이처럼 학교에서 좋은 먹을거리가 무엇이며, 기존 대량 생산농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깨달으며 미국 교육계로 확산됐다.

이처럼 미국은 로컬푸드 운동의 역사가 오래 됐으며 친환경운동과 건강한 식생활 운동을 병행해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로컬푸드 운동은 시작단계로 농가 소득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주축이며 정부와 지자체, 농협 주도로 운영되고 있어 토대가 약하다. 앞으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텃밭농사체험과 결합되면서 건강한 먹거리 교육과 친환경 생태농업교육을 극대화시켜야겠다. 더불어 먹거리의 안정적 생산과 유통, 소비와 관련된 활동을 하나의 선순환 체계로 묶어 안전하고 신선한 식품을 공급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경제적 비즈니스 모델이 되도록 해야겠다.

[전국매일신문 칼럼] 문제열 국립한경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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