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소리
- 김년균作
시골에 살면서 숲속에 들면
자주 들리는 벌레 소리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그 소리가 하도 시끄러워서
멀쩡한 귀조차 떼어다가
창밖에 내던져 버렸지만
그 소리가, 정작 그 소리가
삶을 찬미하는 노래인 줄 몰랐구나
한 치를 모르는 내가 부끄러워서
다시는 문밖에도 나서지 못하겠구나
[시인 이오장 시평]
옛 선비가 험담을 들으면 귀를 씻었다는 말은 들었지만 시끄러운 벌레 소리가 따가워 귀를 떼어 버렸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사람이 생각을 바로 옮겨 행동한다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이란 말을 듣는데 김년균 시인은 생각과 행동이 하나로 통합되어 선비정신이 투철하고 올바르다는 것이 증명되는 시구다.
벌레는 사람이 생각하는 생명 중 가장 천한 것이다.
온갖 짐승들이 사람의 삶과 부딪치고 살면서 생명을 잃는데 그때마다 측은하게 생각하여 속으로나마 명복을 빌어 다음 생은 사람이 되라고 축원을 받지만 벌레는 아무 때나 밟아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
벌레는 곤충의 애벌레가 대부분이다.
우화 전 땅속이나 숲속을 기어 다니며 먹이를 찾다가 때가 되면 허물을 벗고 날개를 얻어 비행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소리를 내는 벌레는 엄중하게 본다면 벌레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통칭 벌레라 부른다.
귀뚜라미, 여치 등은 우화를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깨어나 성충이 되는데 성숙하면 짝을 찾으려고 날개나 뒷다리를 비벼 소리를 내게 된다.
그 소리가 한밤에 들으면 비행기가 이륙하는 소리와 같다는 보고가 있는 것을 보면 듣지 않아도 짐작이 된다.
얼마나 시끄러웠으면 귀를 떼어내고 싶었을까.
그러나 곧 후회한다.
벌레는 자연의 시작이다.
벌레가 없다면 나비가 없고 나비가 없다면 온갖 꽃들이 수정하지 못하여 자연이 무너진다.
벌레의 시끄러움은 삶을 찬미하는 소리가 틀림없고 우리는 그 과정에서 얻은 결실의 수확을 하며 살아간다.
한 치 앞도 모르고 시끄럽다 화를 냈지만 그 소리가 삶의 노래였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은 순간이었다.
소리의 부조리를 삶의 찬미로 노래한 시인이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가를 절실하게 표현한 작품이 다시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