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속의 새
- 금시아作
돌을 주웠다
새의 한쪽 발이 빠져있는
새의 한쪽 발을 얻었으니
돌은 두근거렸을 것이다
심장은 파드득
날아갈 꿈을 꾸었을 것이다
분명 돌이 물렁물렁하던 시절이었을 테지
발을 하나 놓고 간 새는 절뚝거리며
어디쯤 날고 있겠다
새의 한쪽 발은
무심코 길에서 차버렸던
풀숲에서 뱀을 향해 던져버렸던
아니면, 하릴 없이 물속에 던져 잃어버린
나의 한쪽 신발이 아닐까
두근두근 꾸었던 나의 꿈
그 꿈 어디쯤에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고
나는 절름발이 새일까
<하략>
[시인 이오장 시평]
시인의 눈은 사물을 꿰뚫는다.
시인의 상상은 우주를 넘나든다.
이 세상 모든 것을 그릴 수 있고 우주의 전부를 품을 수 있다.
그런 것이 없다면 시를 쓸 소재를 찾기 어렵고 시인의 자격이 없다.
그러나 없는 것은 얼마든지 그릴 수 있으나 있는 것은 없다고 할 수 없는 경계가 있다.
바람 속에서 벽을 볼 수 있으며, 불 속에서 꽃을 찾아낼 수 있으며, 물속에서 불을 그려낸다.
한 길 깊이라도 결코 알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도 하고 죽은 사람을 불러내어 춤추게 하는 게 시인이다.
그렇지만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며 그 이유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읽는 이와 소통을 이뤄야 한다.
금시아 시인은 돌 속에든 새를 봤다.
그것도 한쪽 발이 없는 새를 보았다.
그 새는 어떤 새인가. 한쪽 발이 없어도 날 수 있는 새다.
날개만 있으면 나는 새, 아직 날개가 펼쳐지지 않는 둥지 안의 어린 새, 그러나 세상을 향한 눈이 밝은 새다.
바로 시인 자신이다.
돌 속의 새는 전설이 된 화석이다.
한쪽 발만 밟아놓고 날아 가버린 전설의 새다.
절뚝거리며 멀리 날아간 새는 시인의 품에 안겨 지금 막 날아오른다.
잘 다듬어진 수석 속에서 새의 흔적을 발견하고 아직은 서투르지만 시의 걸음을 걷게 된 자신의 꿈을 전설의 새를 불러 훨훨 날갯짓한다.
아직은 돌 속에 묶여있지만 돌이 쩍하고 갈라진다면 날개를 펼쳐 비상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하여 돌을 닦는다.
무심코 풀숲에 던져버렸던 꿈, 물속에서 잃어버렸을지도 모를 꿈을 다시 찾은 것이다.
돌 속의 묻힌 생략된 비밀들은 뾰족하지만 그것을 닳고 닦아 모서리 없는 둥근 돌로 다듬어가는 시인의 눈은 밝고 순수한 빛을 낸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