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소나기
- 강상률 作
돌아갈 수 없는
구름으로 왔다가
어느 날 비우고 떠나는
산을 밟고 가는 소나기를 본다
채움이란 집착
버릴 것을 떨치지 못하고
눈 먼 채 정상에 올라서니
먹구름 몰려와 천둥 번개를 친다
천길 어둠 깊이
묻고 가야할 탐욕들
아직도 내려놓지 못한 어리석음
저 하늘 보기가 부끄러운 마른 가슴
잠든 산을 깨우니
거센 바람의 언덕에서 참회하는
으악새가 생의 흔적을 어루만진다
맨발의 소나기 내린 산자락 아래서…
[시인 이오장 시평]
비의 이름은 상황에 따라 바뀐다.
처음 내릴 때는 빗물, 지붕 위에서 떨어질 땐 낙숫물, 모여 흐르면 냇물, 크게 모이면 강물, 바다로 나갔을 땐 바닷물, 다시 수증기가 되어 하늘에 오르면 구름, 이렇게 윤회의 세계를 순환하는 것을 우리는 비라고 부른다.
원래 하나지만 오르고 내리고 흐르고 하는 상황에 따라 이름이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의 삶과 닮아 영혼을 믿는 사람들의 가슴 깊이에 윤회사상을 자리 잡게 하는데 영향을 끼쳤다.
그 중 갑자기 내리는 비를 소나기라 부른다.
창창한 하늘에 갑자기 모인 구름이 예고 없이 내리는 빗방울은 일정하게 내리는 비보다 거세고 양이 많아 피해를 줄 때도 있지만 가뭄에 단비가 되거나 더위에 시원함을 가져줘 아주 반가운 비다.
강상률 시인은 등산 중에 소나기를 만나 아주 멋진 풍광을 보았고 먹구름을 만나 소나기를 맞았다.
한대 소나기가 맨발이다.
그 맨발이 땅을 씻어주고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에게 천둥 번개를 내린다.
천 길 어둠 깊이 묻고 가야 할 탐욕과 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가르치려고 소나기가 내린다.
무심코 올라선 산봉우리에 아무것도 벗어내지 못한 인간의 어리석음과 인간을 대신해 슬프게 우는 으악새의 생을 어루만진다.
그것도 맨발로,
자연은 인간에게 삶을 주지만 탐욕의 애착도 주었다.
그러나 가끔은 이런 가르침을 내려 더러움을 씻어주기도 한다.
다만 인간이 그것을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강상률 시인은 소나기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말끔히 씻어냈다.
그리고 탐욕을 버리라고 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