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끝에 걸린 하늘
- 전홍구作
고개 쳐들어 목 터지라 외쳐도
대꾸 없는 세상
신문과 방송은 끈질기게 흔들어댄다
가로등 낮잠에 빠져 졸고 있는 공원
그네는 몸 싣고 흔들어 봐도
세상은 멈추어 있다
보고 들은 것 다 잊고 싶어
소주 한 병 통째로 홀딱 마셔버리고
병든 세상 몽땅 담아 병마개를 꼭 잠근다
살맛나는 세상인데
멀리 서 있는 나뭇가지 끝엔
아직도 하늘이 걸려 있다
[시인 이오장 시평]
지평선이나 멀리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공간을 우리는 하느님, 하늘이라 부른다.
천공에 있을 신 또는 천인, 천사가 살고 사람이 죽어서 올라가 머무르는 청정무구한 상상의 세계가 곧 하늘이다.
지평선으로 한정되어 아득히 높은 창창의 공간이며 공기와 먼지가 떠도는 그런 공간이다.
인간들이 생각하는 하늘의 관념은 자연환경과 역사 및 생활양식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고 각 시대에 따라 형태와 의미가 달라지기도 하지만 하늘은 인간의 영원한 안식처이며 탄생지다.
우주는 끝이 없어 광활하기 그지없지만 단 한 순간도 하늘을 떠나서 살 수 없는 공간이다.
그러한 이유로 인간의 모든 것은 하늘에서 와 하늘로 귀결된다.
정의는 하늘에 있고 징벌도 하늘에 있다는 생각은 그래서 진실이다.
전홍구 시인은 인간사의 모든 것이 하늘의 지배 아래에 있는데 왜 움직이지 않으며 인간에게 내리는 형벌이 작은 것인지가 의문이다.
사회의 현실은 인간의 삶에 전혀 맞지 않고 선이 악에 지배되어 꼼짝 못하는 것이 눈에 훤하다.
정의를 내세워 외쳐 봐도 대답이 없고 술을 마셔 잊으려 해도 더욱 크게 부각된다.
어떻게 하면 하늘의 정의에 따라 선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가, 병든 세상을 몽땅 빈 술병에 담아 뚜껑을 닫아도 안심이 안 된다.
잘만 하면 살맛나는 세상인데 인간들은 왜 모르는 걸까. 말 없는 하늘은 오늘도 나뭇가지에 걸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
그러나 하늘은 하늘일 뿐이다. 인간 스스로가 하늘이라고 부를 뿐 정의는 인간 스스로가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시인의 목소리가 울림이 크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