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묻거들랑
- 소재수 作
혹시 내가
어디 갔느냐고 누가 묻거들랑
그냥 모른다고 하시구요
왜 간댓냐고 또 묻거들랑
그것도 모른다고 해주세요
언제 또 온댓냐고 묻거들랑
대답 말고 그냥 하늘만 쳐다보시구요
왜 그래야 하는지 내게 물으시나요
글쎄요 사실 나도
나를 아는게 별로 없거든요
그래도 이거 하나는 짐작이 가네요
마음 못 잡는 스산한 밤에는
내 마음의 돌담 울타리
둘레 무너진 어딘가에
실눈을 지그시 감고 기대서서
그냥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하나. 둘, 다섯, 아홉, 백, 억
뒷목이 아프도록 세고 있을지도
[시인 이오장 시평]
사람은 생각하는 사람과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생각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이나 기억, 혹은 사고나 판단, 이해 등을 글로나 언어로 표현하기 전 마음속에 추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을 말하는데 삶의 전체를 생각에 의존하며 생각이 행동을 명령하고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생각이 없다면 삶의 의미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생각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기억이 의식 위로 떠올라 글이나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추상적인 말을 할 수 없다면 하늘에 오른 것일까.
아니다. 삶에 허무를 느껴 생명의 존귀함을 잊고 삶을 포기할 때다.
또 하나는 모든 욕심과 일상을 버리고 사는 도통한 도인이나 성인을 말할 수도 있다.
이때의 느낌은 사람을 벗어난 사람, 신선이 되어 만사를 알게 된다.
그러나 이런 경지에 오른 사람은 없다.
있다면 죽음의 문턱을 넘어버린 사람이다.
소재수 시인은 이런 경지를 바란다.
삶속에 있으나 삶을 잊어버리는 경지, 다시 말해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삶을 그린다.
그렇게 하려면 모든 것을 잊고 떠나야 한다.
누가 불러도 대답하지 않고 찾아도 숨어버리는 삶, 그게 도인이 되는 세계다.
멍 때리기 한다는 말이 있다.
잠시나마 그런 경지에 들어 모든 것을 것을 잊는 것을 말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냥 밤하늘의 별을 세어가며 잠시 잊는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시인의 말에 동감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