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고추
- 황선춘 作
키 작은 모습 감추려
하늘로 키 재는가
원래는 네 동네가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와있었는가
일반고추와 다를 것 없는데
하늘에 꼬리 내미는 이유
불분명 하구나
사유는 있을 터인데
오늘 거꾸로 사는
네 모습이 자꾸 거슬려
손으로 뒤집어 보지만
허리만 비틀고
되돌아 모른 척 하는구나
"냅둬버려라
거꾸로 사는 것이
너 뿐이더냐"
똑바로 살아도 거친 인생
거꾸로 살아도
너처럼 곱다면
네 인생이 더 멋지지 않을까
[시인 이오장 시평]
제멋대로 산다는 말은 제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자연은 원래 그렇다.
있을 자리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조건만 맞으면 어디에든 뿌리 내리고 살아간다.
황무지라도 자신의 조건에 맞게 고쳐가며 사는 게 진정한 자연의 삶이다.
그래서 이 세상에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은 없다.
심지어 공기가 없는 달에도 착륙하여 살 수 있도록 개척하지 않았던가.
어느 작물이던 또는 동물이던 의외의 지역에서 살아가는 걸 우리는 흔하게 본다.
원래의 이름도 바꿔 지역에 맞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꾼다.
하늘 고추는 원산지인 멕시코 지역에서는 다년초다.
우리 땅에 와서 1년 초가 되어 매년 씨를 뿌려야 재배가 된다.
아주 지독하게 매운맛이라 어지간하게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도 먹고 나서 몸서리 칠만큼 맵다.
그런데 모양이 특이하다.
일반 고추는 아래로 열매를 맺는데 꽃이 피어나듯 하늘을 향해 열매가 치솟아 꽃을 보는 듯하다.
황선춘 시인은 이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사유는 분명하게 있지만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햇빛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지, 모양을 빨리 보여줘 자랑하려고 그런 지를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상상할 수는 있다.
사람도 제멋대로 살면서 남을 의식하지 않듯 하늘고추도 제멋대로 살겠다는 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렇지만 교훈이 있다.
똑바로 살아도 거친 인생인데 거꾸로 살아도 보기가 좋다면 그것도 좋지 않겠는가.
정해진 자리에 정해진 것으로만 살지 말고 때로는 역행의 삶에도 의미가 있다는 시인의 말이 흥청망청 사는 현시대 삶을 비꼬기도 하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암시가 강하게 솟아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