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선인교
- 김광자作
초록빛 이지러지는 유월은 또 와서
햇물에
갓 데쳐 낸 풋물들이 입덧하는 숲
여울찬 물소리 깎아내린 선인교仙人橋의
생음을 듣는다
붉은 추억을 살찌우는
유월은 또 와서
야윌 수 없어 뿌리자란 선인교 아래
서늘한 그늘을 짓는 환갑내기 초등들
기다림의 이끼 끼인 노래가
깊은 계곡 산 이내에 푸르다
강물 부서지는 가쁜 숨 몰아쉬는
고달픈 흔적의 버둥댐은
연緣이 빚은 맺음인가
신의 선물인가
선인교여!
유월은 이렇게 또 와서
싱그러운 가슴마다 고독한 눈을 뜬다
[시인 이오장 시평]
오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한데 결코 오르지 못할 곳이 있다.
하늘과 구름이 그렇고 지위를 나타내는 높은 자리가 그렇다.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면 금방 오를 것 같지만 기계나 밧줄을 이용하지 않고는 오르지 못할 벼랑이나, 남들과 같은 노력을 기울이면 다다를 것 같은 높은 자리는 훤히 보이는데 오르지 못한다.
선인교는 그런 환상의 다리다.
선인교는 두 벼랑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3개의 큰 바위를 일컫는다.
옛 선비와 정치가들은 선인교에 비유하여 나라의 흥망성쇠를 논하기도 하였는데 이는 지난 것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자는 정도전의 ‘선인교 나린 물이’에서 잘 나타나 있다.
고려에 충성을 다했으나 이제 고려를 잊고 새 나라 조선을 위하여 새롭게 살자는 뜻을 나타낸 평시조 형식의 영탄으로 성리학을 설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광자 시인은 신선이 거니는 선인교 아래에서 유혈 낭자했던 6월을 떠올리며 회상에 젖었다가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환갑내기 초등 친구들과 푸른 노래를 부른다.
고달픈 흔적이 덕지덕지 묻은 모습들이지만 인연의 맺음은 신의 선물 같아서 다시 찾아온 6월을 맞이하게 하고 아직 남은 젊음은 싱그러운 초록에 젖어 고독을 잊는다.
새로운 눈을 뜬 것이다.
오르지 못하면 상상하면 되고 고통의 시간은 어느새 지나간다.
선인교는 신의 선물로 쉽게 오르지 못하지만 어디에든 볼 수 있고 그려낼 수 있는 다리라고 생각하면 그만큼 행복이 얻어진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