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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9] ‘도돌이표’보다 더한 정치인의 입당과 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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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9] ‘도돌이표’보다 더한 정치인의 입당과 탈당
  •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 승인 2016.03.3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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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원 大記者 세상읽기]

‘정치인들의 의식 수준은 국민들의 평균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정치인의 수준은 그들을 뽑은 국민들의 평균 수준이다.’ 정치인의 수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었다. 이번 4·13 선거 과정 이전까지는 적어도 그렇게 믿어왔다.

정치인들이 잘하는 일(그런 기억이 별로 없지만)이 있으면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그런 정도는 된다”고 자부했다. 정치인들이 추하게 느껴질 때(대부분이 그렇지만)는 “우리 수준이 그러할진데...”하며 자학성 포기로 일관했던 것이 사실이다.

정치인들의 신념이나 정의감, 또는 공동체에 대한 희생이나 전문성이 모두 국민들의 평균수준과 함께 가는 것이라는 나름의 믿음이었다.

하지만 이번 4·13선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러한 가치관이 바뀌었다. ‘정치인들의 의식 수준은 국민들의 평균 수준’이라고 한다면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국민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내가 저토록 비열하고, 내가 저토록 탐욕스럽고, 내가 저토록 부끄러움을 모른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때로 비열함이 왜 없었겠으며 탐욕은 어찌 또 초월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최소한 부끄러움은 안다. 그런 내가 국민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하는 나서고 있는 저들과 같은 수준이라고 한다면, 내가 느끼는 것은 모멸감이다.

국민들의 평균 수준이 정치인의 수준이라면 그래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겠지만 오늘은 절망스럽게도 절망이라고 쓸 수밖에 없다.

여야 정당이 우여곡절 끝에 4·13 총선 후보 공천을 마무리 하고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하지만 공천에 탈락한 일부 정치인들이 탈당하고, 얼마 전 탈당했던 당에 다시 입당 하는 등 정상적인 사고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당 총선후보 선출과정에서 황주홍 의원에게 패배한 고흥.보성.장흥.강진 지역구의 김승남 의원이 공천탈락에 반발, 국민의당을 탈당하고 같은 지역구의 더민주당 후보를 돕겠다고 밝혔다.

더민주당 재 입당에 대해서는 “지역주민들과 상의 한 뒤 결정 하겠다”고 주민의 뜻에 기댔다. 하지만 김 의원은 지난 1월 더민주당을 탈당하면서도 “(탈당하라는)당원과 지역민의 거센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심’에 따라 탈당했던 김 의원은 이제 ‘민심’에 따라 복당하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국민의당 입당원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이다. ‘민심’이라는게 정치인에게는 참으로 편리한 전가의 보도가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라 광주 북을 지역구인 임내현 의원과 함께 더민주당을 탈당했던 일부 지방의원들도 임의원이 공천에 탈락하자 국민의당을 탈당, 다시 더민주당으로 되돌아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가짜 야당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국민의당을 탈당하고 더민주에 복당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남지역에서는 더민주 소속 지방의원들이 탈당하고 국민의당 후보를 지지하고 나섰다. 영암군의회 강찬원.박영수.김철호.박영배 의원들이 “더민주는 제1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을 전혀 견제하지 못하고 있다”며 더민주당을 탈당, 국민의당 박준영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치는 신념을 실천하는 행위다. 또 신념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에게는 신념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가 변할 뿐이다. 신념도 명분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정치인들에게 신념이나 정의감은 애시당초 존재하지도 않은 관념이었다. 하물며 정치인들에게 공동체에 대한 희생을 바라는 것은 자기 기만에 가까운 허상이다.
막장 드라마보다 더했던 새누리당의 공천싸움이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골육상쟁의 근본은 이러한 평균 이하의 수준이 만들어낸 블랙코메디이다.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핵심인물이었던 인물과 김대중 정부시절 경제정책을 지휘했던 인물이 서로 입장 바꿔, 그들의 본 뿌리에 침을 뱉고 있는 마당에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다만 정치인의 수준은 국민들의 평균 수준과 같다는 그 말만은 다시 하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않다.
직장생활에서 전문성이 자신보다 떨어진 상사를 둔 것만큼은 이해할 수 있으나 도덕성이 떨어진 상사를 둔 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다고 한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국매일신문] 서길원 호남취재본부장
sgw@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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