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 이정현作
자꾸 씨가 걸린다
영희 씨, 봉숭아 씨, 미자 씨, 살구 씨, 그리고 씨
나도 오늘 씨 소리 듣고 물 두 컵 마셨다
목엔 잘 넘겼는데
가슴에서 살구 씨만한 알음알이 녹지 않는다
"아직 멀었어"
내 안의 몽돌 소리!
[시인 이오장 시평]
씨는 식물의 열매 속에 있으며 비교적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는 물질을 말한다.
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과육은 새나 사람에게 주고 단단하게 익힌 씨를 퍼트려주기를 바라는 식물의 생존방식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씨를 맺기 위해서는 반드시 꽃이 피어야 하고 꽃은 수정해야 씨를 만들 수 있으며 꽃의 크기는 나무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천년 은행나무, 느티나무는 커다란 몸집에도 씨는 아주 작아서 식별하기조차 어렵다.
씨가 크다고 이롭지만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과실이 클수록 손해가 커 짐승이나 사람이 먹을거리로만 생각한다.
씨는 성씨를 말하기도 하며 나라 이름을 가리키기도 하고 사람을 지칭할 때 이름 뒤에 씨를 붙여 호칭으로 삼기도 하는데 이정현 시인은 식물의 씨와 사람 이름의 씨, 그리고 하나 더하여 알음알이의 씨를 끄집어냈다.
서로 가깝게 알고 지내는 사람을 알음알이라고 하는 것을 두고 깊이 품기에는 아직 멀었으나 가슴 속에 넣어두고 둥글려 알맞은 모양으로 만들려고 고민한다.
사람은 만남으로 삶을 꾸려간다. 혼자서는 어렵지만 다른 사람과의 교우나, 사람의 감정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만남으로 정감이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감을 잡아야 한다.
그때의 심정을 시로 승화 한 시인은 사랑에 충실하고 교우에 정성을 다한다.
아직은 모서리가 있는 조약돌이지만 깊이 품어 정으로 굴린다면 둥글둥글한 몽돌이 되어서 어떻게 굴려도 아프지 않을 것이라는 자문자답(自問自答)은 재치가 넘치고 빛난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