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 차윤옥作
보이지 않는 먼지를 닦는다
아무리 닦아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우주를 떠받치고 있는
바닥은 힘에 세다
바닥의 힘으로 견디며
바닥의 힘으로 꿈꾼다
보이지 않는 바닥을 찾느라
오늘도 지구는 돌고 있다
[시인 이오장 시평]
바벨탑이 있었다.
하늘 끝에 닿게 탑을 쌓아 각종 화초를 심고 분수가 뿜어지고 폭포를 만들었다고 한다.
당시의 기술로는 첨단을 걸었던 방법이었을 것이지만 현재의 과학으로 생각한다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높은 탑이다.
지금은 어떤가.
세계 최고 높은 아랍에미리트의 부르즈 힐리파 빌딩은 163층에 828m이다.
우리나라에도 송파의 롯데타워는 555m에 123층의 높이를 자랑한다.
이처럼 높은 건물을 어떻게 올렸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동원되었으나 기초는 바닥이 있어서다.
바닥은 평평하게 넓이를 이룬 면을 말한다.
거기에 단단하고 튼튼한 것이 추가되어 하늘을 찌르는 높이를 올리고 그 무게를 지탱한다.
한마디로 바닥은 모든 것의 기초다.
사람의 모든 것도 바닥에서 이뤄지고 바닥으로 끝난다.
어떤 방향을 잡든 움직이려면 바닥을 박차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차윤옥 시인은 삶의 모든 것은 심층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런 작품을 썼다.
바닥의 힘으로 높이가 견디며 바닥의 힘으로 새로운 꿈을 꾼다.
그러나 그 바닥은 보이지 않는 마지막 힘이다.
높이 나는 새가 떨어지고 바닥을 모르던 주가가 오른다.
우리의 삶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어느 하나가 떨어지면 바닥을 쳤다고 한다.
그러나 바닥은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다.
다시 도약하는 발판이다.
단순한 것 같은 바닥의 이미지로 추락하는 삶에 용기를 넣어주는 시를 쓴 시인은 경쟁사회의 승패를 떠나 다시 도약하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