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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환지본처(還至本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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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향기로운 詩] 환지본처(還至本處)
  • 전국매일신문
  • 승인 2023.06.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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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오장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환지본처(還至本處)
- 주경림作

남대산 산기슭, 작은 바위에
반가사유상이 새겨졌다기에
거칠거칠한 돌의 결을 짚어 가 보았다
보관에서 턱을 괸 팔과 반가좌한 자세까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선이 보일 듯 말 듯
반가사유상이 생각 속에 잠긴 동안
비바람과 눈보라의 세월이 바위 위로 흘러가
다시 바위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목,
 
긴 꿈이었나! 스러지는 반가사유상을
가을햇살이 배웅하고 있다

[이미지투데이 제공]
[이미지투데이 제공]

[시인 이오장 시평]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돌아간다. 
육체를 떠나 정신세계에서도 사람은 원래 자연의 일부분이다. 

자연에서 왔으므로 자연으로 돌아간다. 
이것을 어기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람은 자연에 속해 있어도 자연은 아니다. 
예로부터 수많은 석학과 성현들이 자연이 되고자 갖은 노력을 하고 육체와 정신을 분리해 영원히 사는 방법을 찾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사람은 없다. 
과학이 더 발달하여 우주를 왕래할 수 있다고 해도 그런 사람은 나타나지 못한다. 

사람은 허무를 말한다. 
세상의 진리나 인생 따위가 공허하고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여 그것을 풀어내려는 망상에 빠져 허무에 든다. 

인간 조건으로서 일반화된 지루함, 소외, 무감정의 감정으로 공허를 말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 자연에서 얻은 것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 하지만 어느 정도에 이르면 자연에서 벗어나려는 아집에 빠지고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면 자멸의 길로 간다. 

미륵보살은 인간 본성의 길을 따라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려는 고행으로 모범적인 실천을 보여준 성인이다. 
반가유상은 미륵보살의 그런 모습을 형상화하여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주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의식적인 표상이다. 
현세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위하여 상념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예술품이 아닌 성보다. 

주경림 시인은 불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부처를 따르고자 하는 의식이 강하다. 
국보로 보존된 그런 보살상이 아닌 바위에 새겨진 반가사유상을 마주하고 성불의 자세를 그렸다. 
삶의 세월이 바위의 자라로 돌아가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자연에서 왔으니 다시 돌아가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전국매일신문 詩] 시인 이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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