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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아산병원 9개 병동폐쇄…'비상경영'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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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10개·아산병원 9개 병동폐쇄…'비상경영' 착수
  • 백인숙 기자
  • 승인 2024.03.27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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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서울성모병원도 '병동 통합·재배치' 잇따라
현장서 "미래휴일까지 당겨써라…'무급휴가' 사실상 강요"
신규 간호사 발령도 '무기한 연기'…1천억·600억 '마이너스 통장'도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 입구에 병동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병동 입구에 병동폐쇄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주요 상급종합병원들이 일부 병동을 폐쇄하는 등 비상경영에 착수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로 불리는 서울 대형병원들은 전공의 이탈의 장기화로 병원마다 하루 10억원이 넘는 막대한 적자에 시달리면서 병동 통폐합과 응급실 축소 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환자 안전과 인력 운용 효율화를 위해 전체 병동 60여 개 중 응급실 단기병동, 암병원 별관 일부 등 10개 병동을 폐쇄했다.

폐쇄된 병동은 외과와 내과는 물론 정형외과와 신장내과, 내분비내과 등에서 사용하던 곳이다. 기존 환자들은 다른 병동으로 옮겨져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일부 병동이 폐쇄된 것은 맞으나,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에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를 2배로 늘려 1천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드는 등 사태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의정갈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6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의 거점 국립대병원인 부산대병원도 지난 26일 600억 원 규모의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서울아산병원도 일반병동 56개 중 9개를 폐쇄했고, 서울성모병원도 일반병동 19개 중 2개 병동을 비웠다.

세브란스병원도 마찬가지로 비상경영에 따른 병동 통폐합에 나섰다. 전공의 집단사직 여파가 지속하는 데 따라 75개 병동 중 6개 병동을 3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폐쇄된 병동 대부분은 외과 계열로, 전공의들이 떠나면서 수술이 급감한 데 따른 것이다. 수술이 줄어들다 보니 입원 환자가 감소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떨어지고, 결국 통합·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 병원은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에 집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한다.

강북삼성병원은 중환자실을 담당할 의사가 부족해지면서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아직 시행하지는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다른 과로 파견하는 조치 없이 응급실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이 유지되더라도 전공의 집단사직 이전 수준으로 가동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경증환자 진료를 제한하고 중증환자 위주로 운영된 지 오래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27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 관계자가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5' 병원 중 하나인 삼성서울병원은 병동 통폐합과 무급 휴가 등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병원은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병동을 폐쇄·통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력을 전면적으로 재배치하면서 대응하고 있다.

현장에 남아있는 간호사 등은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기존에 근무하던 병동이 아닌 다른 병동으로 옮겨지거나, 근무 스케줄에 무급휴가 일정을 특정하면서 '사실상 강요'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현재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이 의사가 아닌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일부 병동에서 무급휴가는 물론이고 '마이너스 오프'를 신청받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대 근무로 돌아가는 간호사들은 번갈아 가면서 휴일인 '오프'를 갖는데, 아직 생기지도 않은 미래의 휴일을 미리 당겨쓰라는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오프를 당겨쓰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쉬지도 못한 채 한 달씩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며 "'당겨쓰기'의 한계는 명확하다"고 비판했다.

신규 간호사의 발령이 무기한 미뤄지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간호사는 채용된 후에도 일정 기간 대기하다가 발령되는 경우가 많은데, 발령이 기약 없이 연기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국매일신문] 백인숙기자
insook@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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