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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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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의 데스크席]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4.04.1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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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지방부국장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야당의 압승, 여당의 참패로 끝났다. 떠들썩한 몇 달 동안 정권심판을 떠올리고 국정안정을 기대하며 새 국회가 선출됐다. 이모저모로 세상의 이목을 끌면서 민주주의의 잔치는 한 자락 역사가 되었다. 국민은 살아 움직이는 정치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목격했다. 

한 표의 가치가 얼마나 육중한지 절감했으며 정치의 지향성을 설정하는 시민의 힘을 다시 보았다. 당선의 기쁨을 누렸거나 낙선의 쓴잔을 들었어도 국민의 결정 앞에 모두 겸허해야 한다. 우리의 모습이 거울이 되어 새 국회는 나라와 국민에게 희망과 격려가 되는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국민은 진영으로 편을 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볼 만큼 보았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우리 국회가 발맞추어 정책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릴없이 좌와 우로 가르며 허장성세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니라 실속있게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 실력과 의지가 함께 드러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국민은 ‘하나가 되는’ 국회를 바란다. 생각의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헤아리고 견주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적의 해결방안을 만들길 기대한다.

당초 전망치보다 훨씬 큰 격차로 승부가 났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은 심대한 타격을 입어 정권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입법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과 합세해 윤 정부를 벼랑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여당을 밀어준 표심이 불과 1~2년 만에 완전히 등을 돌린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권자 사이에 윤 정부의 독주와 불통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았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 등에 대한 사과와 해명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실망과 분노가 누적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 산적한 과제는 여야 간 더 이상의 극한 대립과 반목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다급하고 절박하다. 다음달 30일 개원해 4년간 운영되는 22대 국회 앞에는 미래 세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72명, 올 1분기 0.65명으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낮다. 생산인구 격감과 지역 소멸은 나라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을 포함해 국가와 사회의 틀을 시대에 맞게 바꿔야 하는 과제도 엄중하다. 국민연금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더 내고 더 받는 1안’과 ‘더 내고 그대로 받는 2안’을 제시했지만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동 분야에선 주 4일제 시행 등 선심성 약속에만 매달려선 안 되며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근로시간 유연성과 경직적 고용구조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경제 활성화와 산업구조 개편에 대한 뒷받침도 중요하다.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경제전쟁은 반도체와 2차전지 등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국회는 정부 및 산업계와 손잡고 AI와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첨단산업을 육성해 한국을 7대 경제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을 놓아야 한다. 여야는 또 갈수록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지정학적 위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한국 미국 일본 간 해양안보 동맹을 강화하는 데 이념과 진영 논리를 떠나 서로 협력해야 한다. 안보와 방산 수출 외교에 나선 대통령을 향해 ‘외유 나들이’라는 선동적 프레임으로 발목을 잡고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러시아 및 중국과 손잡고 핵 위협과 도발 공세를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서도 거국적 차원의 단일 대오가 필요하다.

이번 총선을 거치며 더욱 심각해진 국민 분열과 갈등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정치적 이념과 지지 정당에 따라 사분오열된 국민의 아픔과 불안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스스로 대화와 타협,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 여야 영수회담도 열어야 할 시점이 됐다. 무엇보다 국력을 한데 모으지 못하면 점증하는 경제·안보 위기의 파도를 넘을 수 없다. 압도적 승리를 거둔 민주당도 이 대목만은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진영으로 편을 갈라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모습, 볼 만큼 보았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 우리 국회가 발맞추어 정책과 제도로 대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릴없이 좌와 우로 가르며 허장성세로 세월을 보낼 일이 아니라 실속있게 민생경제를 살려야 한다. 실력과 의지가 함께 드러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은 ‘하나가 되는’ 국회를 바란다. 생각의 차이와 의견의 다름을 인정하고 치열하게 헤아리고 견주어 나라와 국민을 위한 최적의 해결방안을 만들길 기대한다. 방법이 다르고 이념에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의원들은 모두 국민을 위한 ‘한 편’이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온갖 어려움 앞에 하나가 되는 국민들에게 이제는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국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국민은 ‘품위있는 국회’를 기대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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