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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비리법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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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논단] 비리법권천
  • 김연식 논설실장
  • 승인 2021.12.10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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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식 논설실장

비리법권천(非理法權天)이라는 말이 있다. 기원전 2세기 한비자의 말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은 이치를 이길 수 없고, 이치는 법을 이길 수 없고, 법은 권력을 이길 수 없고, 권력은 하늘을 이길 수 없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하늘은 민심을 가리킨다. 한국 근현대사를 보면 이러한 말이 틀리지 않는다. 지나치게 권력을 행사한 역대 대통령은 망명과 암살 자살 감옥 등 대부분 불행한 길을 걸었다.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선진국 대열에도 올랐다고 하지만 대통령의 말로는 암울한 역사를 반복했다.

인연(因緣)의 인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내적 원인이고, 연은 결과를 도와주는 외적 원인이다. 불교에서는 인이 씨앗이라면 연은 씨앗을 자라게 하는 물 산소 등과 같다고 한다. 완전한 생명체는 어느 하나 부족하면 탄생할 수 없다. 인간관계도 한 사람과 한 집단이 독보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반드시 인과 연이 있다. 서로가 협력하고 공존하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나 권력을 가진 사람과 돈이 많은 사람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세계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민심을 통해 위임받은 권력에 측근과 기생충을 앉히고 서민들의 피눈물 나는 세금으로 자신의 배를 채워야 되겠는가. 결국 얼마 가지 못할 운명으로 끝이 나지만 대한민국의 권력은 대부분 이렇게 이어져 왔다. 국민을 바로 보지 못하고 권력에 취해 씨앗만 챙긴 결과이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여야도 잊어야 하고, 진보 보수도 잊어야 한다. 그냥 국민과 영토 주권을 책임지는 한 나라의 통치자로 지내야 한다. 그런 덕목을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고 싶다.

마지막 말은 하지 말라고 한다. 인연이라는 것이 또 언제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다시는 안 만날 것처럼 험한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권력을 잡고 돈을 벌면 과거 어려웠을 때를 잊어버린다. 그리고 주변을 돌아보기 보다는 현실에 취해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이 있듯이 권력은 10년을 가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있을 때 잘 하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남을 해하면 반드시 자신에게도 해가 돌아온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이 그냥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살아보니 약간 손해를 보면서 사는 게 제일 행복하다. 가지려고만 하면 끝이 없다. 때로는 빈 공간에서 느끼는 공허함이 욕심보다는 더 행복하다는 것을 느낀다. 정치를 하는 사람도, 권력을 가진 사람도 욕심 보다는 조금씩 손해를 보며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게 더 행복할 것이다. 권력의 측근에 있는 사람들도 하나를 내려놓으면 더 많은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4년 전 새로운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온 나라는 ‘적폐청산’으로 난리가 났다. 전임 정권에 몸담았던 사람들은 적폐로 몰려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고 일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무엇이 그렇게 적폐였고 청산할 대상이었는지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적폐는 슬그머니 자치를 감추었다. 대신 권력 주변에는 ‘내로남불’이 넘쳐났고 그들도 다를 바 없는 신흥 기득권에 불과했다. 껍데기를 벗겨보니 투기꾼과 위장전입 이중국적 측근인사 등 과거와 다를 바 없는 권력형 기생충들이 즐비했다. 나라는 선진국이 됐다고 난리를 치지만 그들의 부정부패 또한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국가 채무는 1,000조원을 넘고 청년들은 희망을 잃을 만큼 암울한 세상인데 말로만 생색내는 부동산 정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임기 중 두 배나 띈 부동산 가격으로 세금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정치권은 그 돈으로 국민지원금 운운하지만 국민들은 나라걱정을 더 많이 한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고, 열심히 공부하면 좋은 곳에 취직할 수 있는 정상국가가 돼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등은 부자에게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다. 기회의 평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바로 정의로운 세상인 것이다.

50년을 넘게 살면서 언론인 정치인 등 평생 두 가지 직업만 가져봤다. 나름대로 세상을 냉정하게 본다고 자부하지만 좌우에서 보는 시각은 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력만큼은 여야 할 것 없이 부패된 고등어와 같다는 생각이다. 썩은 짐승의 고기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구름처럼 몰려든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청렴하고 정의로운 정치인들도 많다. 우리나라의 정치권력이 거듭나려면 이치에 맞는 법과 권력으로 민심을 반영해 진정성 있는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다. 율곡 선생은 지도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권력을 잃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잃는 것이라고 했다. 율곡선생의 가르침을 깊이 간직하면서 앞으로도 미래를 향해 ‘선함과 진실함’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좋은 인연을 맺고 싶다. 지난 1년 반 동안 칼럼을 애독해 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전국매일신문] 김연식 논설실장
ys_kim@jeonm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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