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매일신문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지방시대
지면보기
 표지이미지
[최재혁의 데스크席] 카카오 다시 초심으로
상태바
[최재혁의 데스크席] 카카오 다시 초심으로
  • 최재혁 지방부국장
  • 승인 2022.10.27 09: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재혁 지방부국장

카카오 먹통 사태는 일상의 불편 수준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을 멈추게 하고 유사시 국가 안보에도 직결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게 됐다. 최근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묻지 못했고, 계좌에 잔고는 있으되 결제도 송금도 할 수 없었다. 복잡한 거리에서 택시를 부를 수도 없었다. 사회가 일단 멈춤 상태에 들어간 건 카카오의 욕심 때문이었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났고, 이를 복구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화재는 날 수 있다. 다만 비상시 다른 곳의 서버를 이용할 수 있는 이원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분통 터질 노릇이다. 이제는 국민서비스가 된 카카오 서비스들이 화재 한 번 났다고 해서 일제히 ‘먹통’이 되고 복구하는데도 장시간이 소요된 상황은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공룡 플랫폼이 되었으면서도 정작 재난을 대비한백업·이원화 체계를 제대로 갖추어 놓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그동안 무분별한 '쪼개기' 상장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는 비판도비등했던지라카카오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따갑기만 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 서비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위험과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먼저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의 업무 연속성 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에 대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여기서 업무 연속성 계획(BCP)이란 재난 발생 시 데이터 백업과 같은 단순 복구뿐만 아니라 고객 서비스의 지속적 보장 및 핵심 업무 기능을 지속해 줄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을 미리 조성해 두어 어떠한 위급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카카오는 업무 연속성 계획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고객 서비스의 지속적 보장은커녕 단순 복구 및 데이터 백업도 조속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측은 재난 시 대응방안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화재에 대해서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상식적으로 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들린다. 오프라인에서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서비스보다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는 서비스는 재난의 종류가 무엇인지에 따른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만일 화재가 아닌 다른 문제로 인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였더라도, 그 대응 결과에 큰 차이가 있었을까?

문제는 이러한 위험성이 단지 카카오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거대한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모든 기업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와 같은 잠재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업무 연속성 계획(BCP)을 제대로 구축하고 있는가? 설령 구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실제에서 신속하게 작동할 수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다시 한 번 고민하고 검토해 보아야 한다.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부터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는 대한민국 전체를 불편하게 만든 초유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카카오 서비스의 중단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관련 사업들을 마비시켰으며, 이는 곧 막대한 경제적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어찌 보면 카카오 서비스의 마비는 온라인 서비스가 일종의 새로운 안전사고이자 재난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카카오 서비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가질 수 있는 위험과 문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이에 대한 준비와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은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기업에 강력한 규제를 가할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기업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기준을 강화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부가통신서비스를 재난안전법상 '국가핵심기반'으로 지정하는 식이다. 그동안 카카오, 네이버 등 대부분 플랫폼 업체의 기업결합심사는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인 소규모 회사와 결합하는 형태여서 신고할 필요도 없었다. 또 카카오·네이버 등 부가통신서비스의 국가핵심기반 지정은 원자력발전소, 댐과 같이 국민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안전 관리 대상에 포함한다는 의미다. 미숙한 대응과 안전조치 미흡으로 국민 대다수가 불편을 겪고 골목상권 침해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 점을 고려하면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과 규제는 마땅하다.

다만 플랫폼의 국민 영향력을 감안해도 과도하게 강력하고 중복적인 규제는 시장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테크기업은 기존 시장을 혁신해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점에서다. 지금은 기업 규제 강화보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재차 점검하고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 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출 때다.

온라인 플랫폼의 문제점은 다양한 사업들이 플랫폼과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가 더욱 문제가 된 이유도 바로 이러한 연결성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성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다. 4차 산업 혁명이 도래된 지금 초 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는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 할 수 있다. 초 연결 사회는 사용자의 편의성을 증가시킨다. 하지만 초 연결 사회는 재난이나 문제 발생 시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의 사업영역이 다양해질수록 이러한 위험성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기업의 사업영역을 허가해 줄 때는 앞서 언급한 업무 연속성 계획(BCP)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만일 이러한 고민 없이 사업영역을 허가해 준다면 앞으로 다가올 혹시 모를 재난이나 문제에 국민들이 입는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통해 우리는 많은 것을 다시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건 지난 과거도 아니고 현재도 아닌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로 ‘초연결사회의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즉 “카카오가 멈추니까 이 정도로 불편할 줄 몰랐다”는 시민들과 큰 피해를 호소하는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이 그 증거이다.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일부에서는 지난 4년 전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KT의 대규모 통신 장애사건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은 것이 없지 않느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 통신이 짧게는 이틀, 길게는 1주 이상 마비되어, 카드 결제가 안 돼 영업을 중단한 소상공인도 있었고, 은행 등 일상적인 업무에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많았다.

또한 이번에 가장 큰 피해를 가져다 준 카카오도 10년 전 전력 공급 장애로 4시간 가까이 카카오톡 서비스를 하지 못한 적이 있어 이러한 사태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 당시에도 카카오 같은 인터넷 대기업은 여러 IDC(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시스템을 분산 운영해 '불통' 사태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카카오는 판교이외에도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는 이중화 작업을 해왔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처리 과정에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들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오늘날과 같은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의 탈취, 운영 중단, 랜섬웨어 감염 등과 같은 악의적인 공격 시도와 보안 사고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번처럼 화재로 인한 혼란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데이터를 관리해야 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다시 정부기관에서든지 민간 기업에서든지 간에 이런 사건으로 인해 국민의 삶이 혼란에 빠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에서는 무력시위가 늘어나고 있다. 만에 하나라도 북한의 공격에 의해 우리의 데이터시설이 공격당했을 경우 그 혼란은 생각하기조차 끔직하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비록 쉽지는 않지만 특히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문제와 함께 데이터관리시설의 안전한 관리와 신속한 복구체계를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카카오 사태가 씁쓸하기는 하지만, 이번을 계기로 카카오가 초심으로 돌아가 ‘카카오스러움’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또한 이번 사고를 계기로 2018년 KT 아현지사 화재사건 당시 논의 됐으나 인터넷기업들의 반대로 무산됐던 국가의 관리감독 책무를 규정하는 관련법의 제·개정 문제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

[전국매일신문] 최재혁 지방부국장
jhchoi@jeonmae.co.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